노랫소리 끊긴 대구 김광석길 왜?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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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0 17:37  |  수정 2023-08-20 19:50  |  발행일 2023-08-21
상반기 방문객 46만여명, 엔데믹 속 2년 연속 감소
콘텐츠 부족 지적 “벽화밖에 볼 게 없어”
김광석길
지난 16일 오후 7시쯤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이 오가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원한 가객' 고(故) 김광석을 추억하는 대구의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서 노랫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김광석 개인 이미지에만 기댄 채 콘텐츠 개발을 게을리한 탓이다. 코로나19 엔데믹에도 떠나간 방문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모양새다. 흔하디흔한 먹거리 골목으로 남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김광석길을 찾은 방문객은 모두 46만8천28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8천306명에 비해 1만명 이상(2%) 줄었다. 2년 전인 2021년(55만4천969명)에 견줘서는 8만6천682명(15.6%)이나 감소한 것이다.


올들어 대구의 관광지 방문객이 증가하지만, 김광석길은 오히려 줄어 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올 상반기 수성못 방문객은 109만2천여명으로 전년 동기(97만여명)보다 약 12% 증가했다. 중구 근대골목 방문객도 올해(27만6천여명)가 작년(18만3천여명)보다 훨씬 많았다.


김광석길 방문객은 2018년 159만여명을 기록한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듬해(2019년)까지만 해도 140만여명을 유지했으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엔 71만여명으로 반토막 났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115만여명, 118만여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이를 두고는 코로나 기저효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낙관할 수 없다. 올해 이 추세대로라면 100만명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김광석길이 고전하는 이유로는 콘텐츠 부족을 꼽는다. 2009년부터 중구의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와 '문전성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역 예술인 40여명이 김광석길에 유입됐고, 이들은 방문객에게 김광석길만의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제공했다.


하지만, 임대료 급증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떠나가며 현재 김광석길 일대 상주 작가는 2~3명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술집, 음식점 등으로 채워지면서 김광석길과 일반 먹거리 골목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아졌다. 작고한 김광석 가수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한 점도 김광석길의 고전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금유임 김광석길 상인회장은 "관광객이 와도 매력적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없어 재방문이 미미하다"며 "김광석길이 흘러가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남으려면 비싼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느낀 중구도 지난해 김광석길 벽화를 리뉴얼하고, 콘서트홀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콘텐츠 확충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방문객이 줄면서 상권이 약화되고, 다시 방문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재일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민 관점에서 김광석길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마땅히 없는 게 문제다. 현재 김광석길은 사진 찍는 장소만 있을 뿐 즐길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기존 2시간 미만인 방문객 체류 시간을 3~4시간 정도로 늘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만남의 장소'라는 느낌으로 이미지 전환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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