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배웅하는 사람들…'공영장례' 가보니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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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5  |  수정 2023-08-24 16:48  |  발행일 2023-08-25 제2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246명, 5년간 2배 늘어

1인 가구 증가 탓, 사회문제 부상

'쓸쓸한 죽음'되지 않도록 지자체가 애도
무연고 사망자 배웅하는 사람들…공영장례 가보니
지난 22일 대구 남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상주 역할을 맡은 조재구 남구청장(오른쪽 첫번째)이 조문객을 맞고 있다.

"다음 생애에선 다복한 가정 이루시고 손자, 손녀 많이 보세요."

지난 22일 대구 남구의 한 장례식장. 제단 위에 영정 사진이 마련되고, 상주가 조문객을 맞았다. 여기까진 여느 장례식과 같았지만, 다른 점은 유가족 대신 구청장이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의 한 모습이다.

이날 장례를 치른 사람은 남구 봉덕3동 주민 김모(78)씨. 기초생활수급자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온 김씨는 2014년부터 허리디스크 등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유일한 가족인 오빠와는 일찌감치 연락이 끊겼다. 그나마 3~4달에 한 번씩 김씨를 찾던 이복동생마저 시신 인수는 거부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오다 죽음마저 쓸쓸하게 맞은 것이다.

상주를 자처한 조재구 남구청장은 "죽음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돈 많은 사람은 떠날 때도 화려한 반면, 오늘처럼 시신 거둘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죽음도 있다"며 "가장 '보통'스러운 장례를 치르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사회적 단절로 인한 '쓸쓸한 죽음'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장례 문화에서 공공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공영장례'가 그것인데, 고인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지자체가 함께 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무연고 사망자는 246명이다. 2018년 134명에서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무연고 사망자가 139명으로, 지난해 사망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무연고 사망자 증가는 가족 해체 및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대구지역 1인 가구는 34만여명으로, 전체 인구(236만여명)의 15% 수준이다. 2018년 26만9천여명에서 5년 만에 23%(7만여명)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는 시신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특히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고 시는 설명했다.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나 별다른 추모 절차 없이 화장 후 산골 처리됐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제공되지 않았다.

대구시는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고인의 존엄성 유지를 위해 지난해 '대구시 공영장례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지원 예산 2억 원을 편성했다. 지원대상은 대구에 주민등록을 둔 무연고 및 저소득층 사망자다.

이은미 대구시 어르신복지과장은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족관계의 단절 문제 등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며 "마지막 가는 길까지 외롭지 않도록 공공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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