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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약령시 일원의 모습. 대구 중구청 제공. |
대구 중구 약령시 한방특구의 재도약을 위해 민·관·학이 뭉쳤다. 첫 회의에서 위기에 봉착한 약령시의 현주소를 인지하고,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27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대구약령시 한방특구운영위원회'가 최근 첫 회의를 열고 약령시장 활성화 및 한방특구 자격 유지 방안 등을 논의했다.
36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약령시는 2004년 국내 한방 관련 최초 특구로 지정되며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상권이 침체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1월엔 '지역특구법'이 개정되자 성장동력을 잃은 약령시가 한방특구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위기설이 제기됐다. 이에 중구의회는 지난 4월 한방특구 유지를 목표로 '대구약령시 한방특구 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고, 약령시 위기 타파를 위한 민·관·학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번 회의는 그 첫걸음이다.
회의에선 약령시 발전을 위해 단기사업뿐만 아니라 중·장기 프로젝트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먼저 중구는 내년에 약령시 '한방장터'를 개최하고 '한방로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약령시의 시장 기능을 부활하고 약전골목 일대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 약령시를 상징하며 서쪽 진입로에 세워져 첫인상을 주는 홍살문이 노후화 함에 따라 이를 보수하고 약령시 홍보 영상 및 리플릿도 제작한다.
중·장기적인 청사진들도 제시됐다. 운영위원들은 기존 약령시 방문객이 고령화돼 있다고 진단하고, 연령층을 넓힐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노성수 대구한의대 교수(한의과대학)는 "반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한약, 침 등을 이용한 반려동물 치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며 "한방 관련 먹거리 개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희 계명대 교수(관광경영학)는 "연령대별 차별화된 마케팅이 요구된다"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K-뷰티를 알릴 화장품 및 한방샴푸 체험과 가정 주부를 위한 한방식품, 20대에는 인스타 핫플을 겨냥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병식 약령시보존위원회 이사장은 "약령시의 앵커시설인 한의약박물관이 대구시 소유 상가에 가려져 있다. 약령시 활성화를 위해 해당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며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박물관 옆 공영주차장을 버스 전용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구 관계자는 "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용역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며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홍보와 사업도 연말 본예산 반영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했다.
김동현 중구의회 운영위원장은 "단순히 약령시 한방특구 지위를 유지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약령시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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