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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묻지마 살인' 예고 글이 게시되면서 대구 도심에 전술장갑차가 배치된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택시를 활용해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른바 '도로 위 자율방범대' 개념이다.
전국적으로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택시가 치안 부재를 메울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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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앞에서 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손님들 기다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
이날 회의에서는 경찰과 택시 간 소통 방식 및 시스템 내 택시의 역할 등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눈에 띠는 건 택시 기사에게 도로 위 자율방범대원의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다. 24시간 대구 전역을 누비면서 음주 도주 차량 등 상황 발생 시 경찰과 쌍방향 소통하며 도주 차량의 포위망을 좁히는 치안망 구축에 협조하게 된다.
최근 흉기 난동을 비롯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력 부재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구시가 촘촘한 공동체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택시업계를 새로운 치안 파트너로 선택한 셈이다.
경찰과의 소통은 택시 호출 플랫폼인 '대구로택시' 앱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찰에서 긴급 수사 사항이나 실종아동 등의 알림 내용을 택시 내 알림창에 송출하는 방식이다. 대구로택시 가입자가 1만여명에 달하는 만큼 빠른 전파 효과가 기대된다. 싱크홀이나 지하차도 침수 등 현장에서 발생한 긴급 상황을 택시 기사가 먼저 발견할 경우 앱을 통해 경찰에 알리는 쌍방향 소통 시스템을 구축한다.
택시 기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우수 신고자에 대한 포상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경찰력 낭비 우려도 적지 않아 지급 방식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내달부터 운수종사자 50여명을 우선 선별해 현장 테스트를 진행한 뒤 11월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택시 치안망이 구축되면 최대 1만여명의 택시기사가 치안 인력으로 재탄생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도 현금 운반책 등의 주요 이동수단이 택시인 만큼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조경재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택시 치안망이 구축되면 능숙한 1만여명의 자율방범대원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아직 논의 단계여서 구체적인 사안은 향후 변경될 수 있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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