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대구 달서구 꿈터공원에서 펼쳐지는 '식객 축제'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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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5 10:58  |  수정 2023-09-05 15:45  |  발행일 2023-09-06 제24면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돗자리 축제 열려
축제 참여 조건은 '1.5인분의 음식 한가지'
사회적 협동조합 와룡 "마을돌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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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골 돗자리축제'에 참여한 주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고 있다.

지난달 25일 어둠이 내릴 무렵. 대구 달서구 이곡동 꿈터공원에 알전구가 켜지고 야외 식당이 차려졌다. 부스에는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솥과 각기 다른 반찬통에 담긴 40여 가지의 반찬들이 나란히 놓여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마을주민들은 미리 준비해온 접시에 음식을 담느라 분주하다. 양껏 접시에 음식을 담은 이들은 익숙한 듯 공원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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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골 돗자리축제'에 참여한 주민들이 저마다 준비해 온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이곳에서는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도 나누는 '배나무골 돗자리 식객축제'(이하 돗자리 축제)가 펼쳐진다.

'돗자리 축제'가 태동한 것은 대구가 코로나19로 가장 암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지난 2020년 6월이다. 서로의 안부가 궁금했던 이곡 주민들은 와룡배움터 밴드를 통해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노트북 또는 휴대폰을 통해 비대면(Zoom)으로 만났다. 와룡배움터에서 마을 주민이 일일 DJ가 돼 신청곡도 받고 가수도 초청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참여 주민에게는 카레라이스 1인분과 카네이션 한송이를 나눔하였다. '돗자리축제'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고 위로도 받는 '마을돌봄'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돗자리를 펼 수 있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매달 이어지는 이 행사는 올해로 4년째를 맞이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선언된 올해 돗자리 축제가 더욱 풍성해졌다.

사회적 협동조합 와룡은 밴드를 통해 '돗자리 축제에 참여할 주민들은 1.5인분의 반찬 한 가지와 각자가 사용할 텀블러, 접시를 지참해줄 것'을 미리 공지한다.
'1.5인분의 음식 한가지'가 돗자리 축제 참여 조건이지만, 축제에 참여한 주민들과 나누고자 우리 밀로 50인분의 빵과 깻잎 페스토를 만들어 오는 주민도 있다. 야간근무를 들어가야 하는 한 주민은 음료수를 사다 놓고 출근하기도 했다. 와룡배움터 주방에서는 70~80대 할머니들로 구성된 '할매요리교실' 멤버들의 아이디어로 가지피자와 가지 밥도 지었다. 새벽부터 고령 텃밭까지 다녀와 노각(늙은오이)으로 장아찌를 만드는 정성을 보인 주민도 있다.

방과 후 교실로 출발한 와룡은 주로 엄마와 아이들의 공간인데, 아빠들에게 마을 커뮤니티 공간인 와룡배움터를 이용할 기회를 주기 위해 1.5인분의 음식 한 가지를 만들어 와서 함께 나누어 먹는 포트락 파티가 제안됐다. 포트락 파티는 회사와 집만 오가던 도시의 샐러리맨들에게는 늘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이들의 모임 명이 바로 '식객'이고, 코로나 시국을 제외하고는 8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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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골 돗자리축제' 2부행사로 놀삶 아이들이 율동과 함께 동요(얼굴찌푸리지 말아요)를 부르자 일부 주민들이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
올해 돗자리 축제는 와룡배움터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식객'의 범위를 마을주민들에게까지 확대하기 위해 주민들의 왕래가 빈번한 공원에 야외 밥상을 마련했다. 함께 나누는 밥상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돌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1부 '음식나누기'에 이어 2부는 놀삶 아이들의 동요 메들리로 소박한 공연이 펼쳐졌다. 처음 아이들만 합창을 했으나 즉석에서 플루트를 부는 중학생도 있었고 흥이 난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율동도 따라 했다. 한 송이씩 포장된 카네이션 32송이도 등장했다. 풍성한 저녁 식사와 함께 뜻밖의 꽃 선물이 돗자리 축제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었다. 3부는 '동네책방00' 협동조합 주도로 친환경 고체 비누 만들기가 진행됐다.

와룡 홍성조 대표는 "작은 밥 한 끼에 수많은 이의 정성과 배려가 담겨있다.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는 과정 자체가 이미 기쁨이며, '마을돌봄'의 시작"이라며 "올해는 돗자리를 펼 수 있는 10월까지 축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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