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7] 청송의 아름다운 등산코스

  • 류혜숙 작가,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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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7 07:42  |  수정 2023-09-27 07:44  |  발행일 2023-09-27 제16면
심장이 뛴다…가을 주왕산 속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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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대전사~주봉~칼등고개갈림길~후리메기삼거리~주방계곡으로 이어지는 '주봉 코스'에는 전망대가 갖춰져 있어 주왕산의 장군봉과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언젠가 가을 삼자현을 넘어 청송으로 들었을 때, 탄성조차 삼키게 하는 세상 때문에 애달팠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山行)이라는 시에서 '멀리 가을 산 위로 돌길이 비껴 있고/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 단풍 든 숲의 저녁 경치가 좋아 수레를 멈췄더니/ 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다.'라고 했는데, 그 가을 주왕산에서 두목의 이름 위에 내 이름을 얹고 싶었다. 산 오르기 참 좋은 계절이다. 가만 청송자연휴양림을 걸어도 좋고, 신성계곡을 쉬이 흘러도 좋겠지만, 고단하고 부단히 산을 올라 큰 숨을 푹푹 내 쉬는 것이 오늘은 조금 더 좋겠다. 알다시피, 큰 숨은 몸에 좋다.

5.3㎞ 주왕계곡 대표 탐방코스 꼽혀
대전사~주봉~후리메기삼거리 코스
탐방로 잘 정비 초보자도 산행 가능
난이도 높은 가메봉코스 동해 조망
얼음골 출발 등산로 가족산행 적당


◆ 주왕산의 등산 코스, 편안하게 또는 약간 고되게

주왕산에는 등산 코스가 많다.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7개나 된다. 그러나 금은광이, 후리메기, 가메봉 등의 분기점을 활용해 조금 더 길게 혹은 조금 더 짧게, 조금 더 편안하게 혹은 조금 더 멋지게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첫 번째는 주왕계곡 코스다. 대전사에서 주방천 계곡을 따라 용추협곡과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를 지나 내원동 옛터까지 이어지는 5.3㎞ 코스로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주왕산국립공원의 대표 탐방코스로 용추폭포까지는 유모차나 휠체어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용추폭포에서 내원동 구간에는 돌길이 많지만 목재 데크나 교량 등이 설치되어 있고 기울기가 완만해 운동화로도 가능하다. 절구폭포는 등산로에서 살짝 이탈해 200m 정도 들어가야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보통 용연폭포까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를 따라가는 탐방객이 다수다. 대전사에서 자하교까지 1.3㎞는 맨발로 걷기에 좋고 발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수달래가 피어나는 봄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을 최고로 꼽지만 사계절 멋있지 않은 날이 없는 길이다.

두 번째는 주봉코스다. 주왕산 산행코스 중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대전사에서 '주봉 마루길' 따라 주봉, 칼등고개갈림길, 후리메기삼거리를 지나 주방계곡으로 내려오는 10.1㎞ 길로 4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계단으로 오르며 시작하는 경사진 길이라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가면 어렵지 않다. 주봉에서 후리메기까지는 내리막과 계단이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주방계곡에 닿으면 조금의 수고를 더해 용연폭포와 절구폭포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 울창한 숲길이라 여름과 가을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장군봉 금은광이 코스다. 대전사에서 장군봉,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용연폭포, 주방계곡으로 내려오는 11.8㎞ 길이다. 기암을 바라보며 가파른 데크길을 오르며 시작한다, 장군봉까지는 2㎞로 급경사의 암벽 길이라 난도가 높다. 늦가을의 이른 새벽, 아직 사위가 어두울 때 출발한다면 장군봉 가는 길에 광활한 구름바다를 볼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 깊고 넓은 운해를 보려고 미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기암과 주봉의 산세를 탁 트인 시야로 감상할 수 있다. 장군봉에서 금은광이 능선 구간은 두어 차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주로 평탄하다. 오솔길 양쪽으로 아름다운 숲이 우거져 있어 봄의 연두가 특히 아름답다.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용연폭포 구간은 내리막길로 무릎을 잘 보살펴야 한다.

네 번째는 가메봉 코스다. 대전사에서 후리메기 삼거리까지는 주봉코스의 하산 길과 동일하다. 그러나 후리메기에서 가메봉까지는 난이도 '매우 어려움'으로 주왕산 산행 코스 중에서도 가장 험난하고 고된 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천천히 치고 올라가 가메봉 정상에 닿으면 힘들었던 기억은 완벽하게 사라진다. 만추의 날이면 낭떠러지 아래로 보이는 절골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힐 것이고 화창한 날이면 저 멀리 보이는 영덕 바다에 탄성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기상 여건에 따라 광활한 운해도 볼 수 있다. 대전사에서 가메봉까지는 7.2㎞로 약 4시간 5분 소요된다. 왕복 8시간이 넘으니 출발과 하산 시간을 잘 계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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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주봉 정상부 모습. 대전사와 2.3㎞ 떨어져 있다.

◆ 주방계곡으로 수렴되는 긴 길들

다섯 번째는 절골 코스다. 절골분소에서 대문다리와 가메봉을 거쳐 대전사로 하산하는 장장 13.5㎞ 길로 7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보통 대문다리까지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많고 가메봉 코스에서 절골로 내려가는 산행 꾼도 있다. 여섯 번째는 월외 코스다. 달기약수로 유명한 월외리 탐방지원센터에서 노루용추계곡과 달기폭포, 너구마을을 지나 금은광이 삼거리를 통해 장군봉, 대전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너구마을 입구까지는 시멘트 포장길로 멋진 풍경과 함께 설렁설렁 걸으면 된다. 너구마을을 지난 뒤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산길이 1시간 정도 이어지다 금은광이 삼거리를 바로 앞에 두고 오르막이 시작되고 이후는 장군봉 코스와 겹친다.

일곱 번째는 갓바위 코스로 주왕산국립공원의 신규 탐방로다. 영덕의 달산면 용전리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소원성취의 전설을 가진 갓바위, 주왕산국립공원의 동쪽 끝자락인 대궐령, 청송과 영덕의 경계인 왕거암을 지나 내원마을에서 주방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길이다. 총 13.3㎞로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대궐령까지 경사가 심한 편이고 전체 거리가 멀어 숙련된 성인이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가며 산행해야 한다. 갓바위와 대궐령 전망대에서는 영양과 영덕 일원의 풍력발전단지가 조망되고 날씨가 좋으면 동해까지 보인다. 대궐령에서 왕거암으로 가는 길은 동해를 바라보며 걷는 원시림이다.

◆ 청송 얼음골에서 출발하는 가벼운 등산

청송 얼음골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도 있다. 첫 번째는 해월봉 코스로 얼음골 주차장에서 돌탑봉, 해월봉, 구리봉으로 간 뒤 원구리마을로 하산해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산행 거리는 약 5.5㎞이며, 3시간 안팎 걸린다. '여기는 청송 얼음골입니다'라는 입간판을 지나 데크길을 10m쯤 가면 등산로 입구다. 얼음이 언다는 잣밭골 너덜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고 여름에는 폭포, 겨울에는 거대한 인공 빙벽장이 되는 높이 60m의 암벽도 내려다보인다. 원구리 마을로 내려와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 도로를 만나 들머리였던 얼음골 주차장까지 1.5㎞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위험한 구간이 없어 가족 산행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얼음골~해월봉 코스 외에도 영덕의 옥계계곡 상류까지 이어지는 코스, 도등기마을까지 이어지는 코스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는 무장산 코스다. 얼음골 주차장에서 시작해 국화마을, 무장산 정상 갈림길, 632m 봉 데크 쉼터, 국화마을, 무장산 정상 갈림길, 청송 얼음골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을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 거리는 약 5.7㎞에 시간은 2시간 30분 안팎이 걸린다. 주차장에서 도로 건너편에 '울진장씨 묘도입구' 비석 왼쪽의 계단이 무장산 입구다. 활엽수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뤄 삼림욕장을 걷는 기분이다. 굵은 소나무의 허리춤에는 일제강점기와 1960~1970년대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 남아 있다. 엄청난 크기의 데크 쉼터가 펼쳐지는 곳이 632m 봉이다. 이곳이 무장산 정상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진짜 정상은 쉼터에서 약 200m 더 가야 한다. 삼각점이 있는 진짜 정상을 밟는 일은 선택이다. 하산은 국화마을로 향하는 경사 급한 길이다. 도로에 내려서면 '산소 카페 청송군' 광고판이 반긴다. 오른쪽에 청송 얼음골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과 인공폭포가 있고 주차장은 왼쪽으로 15분 거리다. 4월 사과꽃 필 무렵이면 부남면에서 얼음골까지는 꽃길이다. 여름에는 얼음골의 서늘한 진가를 경험할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과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들이 반짝거리며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을 마주할 수 있다. 어느 때든 산행 후 얼음골의 약수 한잔은 보약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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