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달라진 현대사회 명절…중요한 건 '감사' 잊지 않는 마음"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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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8  |  수정 2023-09-28 07:28  |  발행일 2023-09-28 제11면
추석, 다시 되새기는 명절의 가치

국가무형유산 지정 앞두고 의미 재조명

산 사람 힘들게했던 형식·절차 부담 덜고

따뜻한 인간애 등 좋은 가치는 이어가야
사뭇 달라진 현대사회 명절…중요한 건 감사 잊지 않는 마음
2006년 추석을 앞두고 대구 한 전통시장의 떡방앗간 주인들이 송편을 빚느라 분주하다.
사뭇 달라진 현대사회 명절…중요한 건 감사 잊지 않는 마음
2021년 추석을 앞두고 대구 한 대학교에서 귀향하지 않는 재학생들에게 즉석식품과 마스크 등이 담긴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2023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대구시민들과 경북도민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연휴를 맞이하고 있다.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 등에 따라 명절을 보내는 모습이 갈수록 다양화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새삼 명절의 가치를 되새기는 추석 연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추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최근 문화재청이 추석을 비롯해 5개 대표 명절을 신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명절이 갖는 문화적인 가치를 높이 사고, 이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5개 명절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로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설과 대보름'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자 성묘, 벌초, 제사 등의 조상 추모 의례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한식' △음력 5월 5일로 다양한 놀이와 풍속이 전승돼 온 '단오' △음력 팔월 보름인 날로 강강술래부터 송편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한 '추석' △24절기의 22번째 절기로 1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다.

그중 추석은 시기상 음력 팔월 보름에 해당하며, 수확기가 시작되는 '보름 명절'이라는 의미가 있어 예로부터 중요하게 여겨졌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또 이듬해 풍농을 기리는 때라 깊은 의미가 있었다.

추석은 순수한 우리말로 '한가위'라고 부른다. 조선시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추석 때만큼은 귀한 음식을 상에 가득 차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결핍이 많던 시절에도 추석에는 모두가 배부를 수 있길 기원했다. 그 푸근함과 넉넉함으로 인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추석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밝고 커다란 '보름달'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강강술래 등 추석 세시놀이에서부터 추석의 대표적 음식인 송편에 이르기까지 관련 세시풍속 대부분이 추석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상징으로 해석할 만큼, 추석 절기의 '만월(滿月)'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추석을 '달의 명절'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족 및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추석의 대표 의례인 '차례'와 '성묘'는 혈연 간의 화목을 다지는 시간이자 제의를 통해 조상의 은덕과 은혜에 대해 보답하는 시간이 돼왔다.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는 추석 연휴에 한복을 입은 집안 어르신들의 모습,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할머니에 손주까지 함께 송편을 빚는 모습, 멀리서 고향을 찾아온 가족을 반갑게 맞이하던 모습 등이 남아있다. 어릴 때 추석 빔을 사러 부모님 손을 잡고 시장에 간 기억도 함께 말이다. 또 그런 추석의 모습이 '현재진행형'인 집도 있을 것이다.

사뭇 달라진 현대사회 명절…중요한 건 감사 잊지 않는 마음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 기자
문화재청은 추석을 비롯한 5개 명절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게 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삼국시대에 명절문화가 성립돼 고려시대에 제도화된 이후로 지금까지 고유성과 다양성이 전승되고 있다는 점, 의식주·의례·예술·문화상징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명절 문화와의 비교 등 다양한 학술연구 주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또한 달 제사를 지내는 중국, 일본과 달리 조상 숭배 의례가 이루어지는 '추석', 팥죽을 나눠 먹으며 액운을 막고 가족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는 '동지' 등과 같이 우리 명절만의 고유성과 대표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문화재청은 "5개 명절의 국가문화유산 지정을 통해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에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각종 문화콘텐츠 분야와 학술연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돼 명절의 높은 문화유산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화재청은 약 30일간의 지정 예고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개 명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지금 이 시대 명절은 어떤 의미인가

현대사회의 명절은 과거에 비해 보다 간소화되고 다양화되는 추세다. 전통적 '명절다움'을 넘어 좀 더 유연하게 연휴를 보내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명절의 가치를 잊지 않으면서도 형식에서 보다 자유로워지자는 것이다.

명절 연휴를 기회 삼아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것도, 혼자만의 휴식을 갖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과거의 획일적인 명절 나기에서 벗어나 점점 다채로워지는 명절의 모습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명절은 어떤 의미일까. 또 명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예고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요즘 사람들이 명절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사뭇 달라진 것에 대해 "'과례(過禮)는 비례(非禮)'라는 표현이 있지 않나. 전통적으로 명절이 형식이나 절차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보니 '살아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 측면이 있었다. 지나친 명절의 형식에 대한 반감이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라며 "명절은 농경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삶의 환경과 조건 등이 많이 변화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을 중시하고, 형식보다는 실존(實存)에 가치를 더 두고 있는 시기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거나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옅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왔던 이른바 '비대면 명절'을 우리가 경험한 것도 명절에 대한 시선 변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이어 "추석 등의 명절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결국 아름다운 명절의 전통이나 가치는 지켜나가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과거 명절의 지나친 형식이나 부담은 줄이고, 오랫동안 명절 문화 속에 깃들어있던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나 따뜻한 인간애, 서로에 대한 예의 등 좋은 가치는 이어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사진=영남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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