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정치 '골디락스'는 오지 않는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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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5  |  수정 2023-10-05 06:54  |  발행일 2023-10-05 제22면
李 영장 기각…여야 아전인수

국힘, 수사 부실 질책했어야

민주당, 무죄라 하는 건 오독

총선까지 극한대치 불가피

주요 민생법안은 국회 계류

[박규완 칼럼] 정치 골디락스는 오지 않는다
박규완 논설위원

#1 '무권 유죄, 유권 석방'. 야당에서나 나올 법한 구호다. 한데 기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든 피켓에 적힌 문구다. 법원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영장 기각이 권력 때문이란다. 어느 쪽이 여당인지 헷갈린다. 집권(執權)은 '권세나 정권을 잡는다'는 뜻이다. 검찰·감사원 등 사정권력과 정보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집권여당이 '이재명 권력'을 주장하는 건 생뚱맞고 의뭉스럽다. 이재명이 권력의 주체라면 횟수 불문의 저인망식 압수수색이 가능했겠나. 김건희 여사의 '압색 성역'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편향된 사법부의 반국민적·반역사적·반헌법적 결정"이라고 격앙했다. 유창훈 영장전담판사의 판결이 반국민적? 대통령실 막무가내 용산 이전이 더 반국민적 아닌가. 대통령 취임 1주년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용산 이전 찬성은 29.8%, 반대 62.7%였다. 또 홍범도 흉상 이전이 더 반역사적이며, 대법원 확정 판결 석 달 만의 김태우 사면이 더 반헌법적 아닌가. 국힘은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고도 했다. 유 부장판사가 정치성향이 없는 원칙주의자라는 걸 여당이 모를 리 없건만.

이재명 영장 기각에 대한 국민의힘의 논평과 대응은 홍심(紅心)을 벗어난다. 사법부를 겁박할 게 아니라 검찰의 수사 부실을 나무랐어야 했다. 여당의 아웃라이어 홍준표 대구시장의 고언이 차라리 공명을 울린다. "이재명에만 매달리는 검찰수사 정치를 버리고 여당다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라".

#2 민주당도 면죄부를 받은 양 득의양양해할 처지가 아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의 말대로 "영장 기각을 무죄라고 하는 건 오독"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창훈 판사는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위증교사 등 상당 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기각의 결정적 이유는 '방어권 보장'으로 판단된다. 이재명 대표는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좁은 방안에 갇히면 나를 향해 달려드는 수십 명의 검사들을 당해낼 수 없다"며 방어권을 호소했다.

"반드시 외상값을 계산해야 할 것"(정청래 최고위원). 가결 표를 던진 '수박' 의원을 색출한다고? 부결 인증 샷을 한다고? 반민주적 블랙 코미디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기 때문에 민주당이 '방탄'의 굴레에서 헤어난 것이다. 가결 의원 응징은 민주당의 내홍만 키울 하책(下策)이다. 친명·비명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3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의 곰'에서 유래한 용어다. 인플레이션 뇌관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에 육박하는 성장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경제 국면을 말한다. 정치도 골디락스 상황이 이상적이다. 여야의 대화정치, 연중 일하는 국회, 정당의 팬덤과의 거리두기, 중도층에 소구력 높은 정책 입안 등이 골디락스의 필요조건이다. 한데 우린 여야의 적대감이 너무 강하다. '정치 골디락스'는 언감생심이다. 총선 때까진 극한대치가 불가피하다. 거칠고 투박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도 100여 건의 민생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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