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귀촌한 천영애 시인, 경산서 '곡란골 일기' 북 콘서트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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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8  |  수정 2023-12-12 10:38  |  발행일 2023-11-08 제24면
[동네뉴스] 귀촌한 천영애 시인, 경산서 곡란골 일기 북 콘서트
지난 3일 경북 경산 서상동 북카페 시집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천영애(오른쪽) 시인이 사회자 하승미씨와 북토크를 하고 있다.

"도시를 버리고 하루에 버스가 서너 번 다니는 시골에 터를 잡기로 결심한 것은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몸 상태도 그랬지만, 도시에서 사람에 치이며 다친 상처가 컸기 때문입니다."


대구에서 살다 경북 경산 용성면 곡란리로 귀촌한 천영애 시인이 시골생활을 풀어낸 산문집 '지금, 여기에서- 곡란골 일기'를 펴냈다. 지난 3일 경산 서상동 동네책방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곡란리 이장과 마을 주민, 가족·친척, 대구·경산 문인협회 회원 등 40여명이 모여 출간을 축하했다.


경산문인협회 박기윤씨의 축하노래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선 하승미씨의 사회로 저자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됐다. 곡란리 이장은 인사말을 통해 "마을 이야기를 써준 것에 대해 주민 모두 고마워한다. 인심 좋고 살기 좋아 인구 유입이 되는 흔치 않은 시골"이라며 마을 자랑을 늘어놓았다.

[동네뉴스] 귀촌한 천영애 시인, 경산서 곡란골 일기 북 콘서트
천영애 시인이 펴낸 산문집 '지금, 여기에서-곡란골 일기'.
학이사에서 출판해 올해 대구지역 우수출판 콘텐츠에 선정된 '곡란골 일기'는 이미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낸 천 시인이 암 투병을 하며 귀촌한 곡란리에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4부로 나누어진 책은 계절마다 변하는 마을 풍경과 동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그가 어떻게 이웃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지 등을 스케치하듯 섬세하고 따뜻하게 표현했다.


천 시인은 "마을이 조용하고, 길게 이어진 은행나무 가로수가 예뻤고, 집에서 바라보는 차경이 좋고, 난초는 찾아보지 못했지만 어딘가에 난초가 피어날 것 같은 '곡란(谷蘭)'이란 마을이름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살기고 결정했다"며 "곡란골에서 텃밭을 일구며 흙을 밟고, 순수하고 착한 마을사람들과 어울리며 어설프지만 사과농사와 마늘농사를 짓고 살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고, 무엇보다 인생이 안온해졌다"고 했다.


동네 어른이 배추를 뽑을 시기에 배추를 뽑고, 파종할 시기에 파종하고, 꽃과 나무를 심고, 이웃을 통해 배우며 시골생활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처음부터 환대하지는 않았지만, 복숭아를 수확하면서 먹어보라고 가져다주고, 텃밭의 배추며 채소를 나눠주며 투박하지만 느리게 마음을 표현하는 마을 사람들의 환대방식에 익숙해져갔다"고 했다. 이어 "사람뿐 아니라 먹이를 주며 기르는 고양이도 개구리와 쥐를 잡아다 문 앞에 가져다 놓으며 자기 방식대로 환대를 표현한다. 이곳에서는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모두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며 산다"고 말했다.


곡란골에 살고 있으면 따로 여행갈 일이 없다며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기도 했다. 천 시인은 "도시에 살 때는 자연을 찾아 여행을 즐겼지만 이곳에 이사 오면서 보이는 것이 모두 아름답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여행갈 필요가 없어졌다"며 "몸을 다친 짐승이 생존을 위해 굴을 찾듯 곡란골에 왔지만, 살아난 짐승이 숲을 버리지 않듯이 스스로 찾아든 적막과 밤의 어둠, 숲과 들을 떠나지 않고 지금 여기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천윤자 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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