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돌봄의 미학' 실천한 대구 달서구 배나무골 사람들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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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5  |  수정 2023-12-12 11:01  |  발행일 2023-11-15 제24면
올해 배나무골 마을 돌봄 마중물 프로젝트 진행

할매그림책교실, 야외식객축제 등 프로그램 '주목'

"자기 돌봄과 서로 돌봄의 실천을 확장하는 경험"
[동네뉴스] 돌봄의 미학 실천한 대구 달서구 배나무골 사람들
와룡배움터에서 열린 '배나무골 마을돌봄 마중물프로젝트' 마을돌봄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발제자의 발표에 귀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구 달서구 와룡배움터에서 '배나무골 마을 돌봄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마을 돌봄 성과 보고회'가 열렸다. 1년 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이 각자 발제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림책을 매개로 할머니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심리적인 안정, 치유도 돌봄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매그림책교실 김성필 강사)
"작게 마음을 내었지만 받는 분은 더 크게 받아들여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지요." (할매요리교실 구현정 강사)
"퇴직을 하고 난 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마을 안에서 만나 '나'에서 '우리'를 느끼고 배워가는 중입니다." (찾아가는 돌봄 워크샵 참석자 김재일)

1년 전, 달서구 이곡동의 50~60대 주민 20여 명이 모여 '내가 10년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 '마을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돌봄'을 주제로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50~60대 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돌봄 인문학'이란 강좌를 개설, 전문가의 의견도 들었다.
 

[동네뉴스] 돌봄의 미학 실천한 대구 달서구 배나무골 사람들
와룡배움터에서 열린 '배나무골 마을돌봄 마중물프로젝트' 마을돌봄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발제자의 발표에 귀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배나무골 마을 돌봄 마중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할매요리교실, 할매그림책교실, 배나무골 야외식객축제, 동남아요리교실, 찾아가는 돌봄 워크샵, 마을공동체 탐방 등을 진행했다.

와룡배움터 주변에 사는 80대 할머니를 대상으로 '할매요리교실'을 4차례 진행했다. 노인들도 수혜자가 아닌 기여자로 '마을살이'를 할 수 있는 물꼬를 틔우기 위한 시도였다.
또 그림책을 매개로 할머니들과 공감하는 시간을 7차례 가졌다. 처음에는 '할 이야기가 없다'던 할머니들이 회가 거듭될수록 수다 보따리를 풀어냈고, 와룡배움터를 사랑방처럼 편하게 드나들었다.

[동네뉴스] 돌봄의 미학 실천한 대구 달서구 배나무골 사람들
'배나무골 마을돌봄 마중물프로젝트'의 일환인 '할매요리교실'수업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감자떡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와룡 제공
'야외식객축제'에 대해 발제한 유갑순 씨는 "할매요리교실과 할매그림책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와룡배움터 앞 꿈터공원에서 열린 야외식객축제에 손수 만든 음식을 나누어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관에서 주도 하는 행사에서 수혜를 받으려고만 하시는 모습과 비교가 됐다"라고 말했다.

'동남아('동네에 남아도는 아저씨'의 줄임말) 요리교실'에 참여한 정호원 씨는 "레시피가 있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참석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처음에는 좀 서먹서먹했는데 유대관계가 생기니까 할 수 있는 영역도 늘어났다. 이 자체가 돌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아이템들을 통해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찾아가는 돌봄워크샵'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마을 협동조합 (안심마을 협동조합, 야시골 협동조합. 의료복지위드 협동조합, 아가쏘잉 협동조합)을 방문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동네뉴스] 돌봄의 미학 실천한 대구 달서구 배나무골 사람들
'배나무골 마을돌봄 마중물프로젝트'의 일환인 '할매그림책 교실' 수업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강사가 읽어 주는 그림책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다.
'찾아가는 돌봄 워크샵'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최수경 씨는 "와룡배움터는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뛰어놀았던 공간이다. 또한 반찬가게, 마을카페 등 우리가 필요한 것은 우리 힘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남편들까지 합류해서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다양한 세대들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은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와룡 홍성조 대표는 "올해 '돌봄'이라는 개념을 마을에서 삶으로 연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 사람들이 '자기 돌봄'과 '서로 돌봄'으로 생각과 실천을 확장 시켜나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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