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실 〈경북간호사회장〉 |
1923년 대한간호협회가 공식 출범한 지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를 지나오면서 간호사는 고난과 위기를 몸소 실천하며 극복하고 품고 살아온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간호사는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항상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직군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 애국부인회에 가입해 독립운동자금 마련과 애국지사들을 도왔고, 6·25전쟁 당시에는 간호장교와 간호 학생까지 전쟁 부상자들의 응급치료에 혼신을 다했다. 또 나라가 사회적 혼란과 가난에 허덕이던 시대에는 저 멀리 서독으로 날아가 고국을 도왔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서러움과 힘든 생활을 이겨내며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를 위해, 가난한 나라를 위해 일했다. 당시 독일인들은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한국 간호사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 온 천사'라며 칭송했다.
어디 이뿐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졌던 3년과 그 이전인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에도 직접 환자에게 다가가고 현장에서 대응한 것은 우리 간호사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간호사이지만, 현실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간호사들의 일이 24시간 환자 곁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직업인 만큼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 수가 조절과 인력 충원, 휴식시간, 육아 돌봄 등이 보장돼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간호사의 47%가 1년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고 있다. 간호사 면허가 7년 면허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호사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결코 환자의 서비스 질도 올라갈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제 곧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현재의 의료기관 중심의 질병 치료에서 지역사회 재가 중심의 예방관리로 의료체계의 패러다임이 변화돼야만 한다. 대한간호협회도 노인 맞춤형 간호와 간병 돌봄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다양하고 전문화된 간호정책과 교육체계 개편으로 숙련된 간호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정책과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려 70여 년간이나 의료법 내에 묻혀 있던 간호 영역을 분리하는 '간호법 제정'을 외쳤던 것이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 간 간호법 제정(안)이 폐기돼 간호사들의 울분을 자아냈고,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간호인력으로부터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돌봄서비스를 받을 권리는 불투명하게 되고 말았다. 경제와 문화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까지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해 지방의료는 붕괴가 올 상황인데 일부 기득권에서는 애써 부정을 하고 있는 현실이라 더욱 답답한 마음이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던 그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간호사의 업무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고, 보건복지부가 간호인력 지원에 대한 대책 방안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신규 간호사의 빠른 적응을 위한 교육 전담제 정착, 숙련된 간호사가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간호인력 배치 기준 상향,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 간호사가 전문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경력관리 경로 제시 등 다방면의 제도 마련과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직역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이고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간호사는 항상 국민의 제일 가까운 곳에서 사랑과 정성을 쏟고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릴 것이다. 지나 온 간호 100년이 간호사인 우리에게 큰 교훈과 자부심을 주었다면, 앞으로 간호 100년은 더 원대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김영실 〈경북간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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