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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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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지음/ 빛을여는책방/276쪽/1만5천원 |
김남희 작가의 책 '곁을 내주는 그림처럼'이 출간됐다. '옛 그림에 비친 우리 세상'이란 부제가 붙었다.
김 작가는 '글 쓰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영남일보 주말섹션 위클리포유 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성찰과 위로를 건네왔다.
이번 책은 그의 세 번째 미술 에세이다. 수렵도에서부터 문인화, 진경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민화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된 근현대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다룬다. 겸재 정선, 능호관 이인상, 단원 김홍도, 긍재 김득신, 애촌 신명연, 석지 채용신, 이쾌대, 이인성, 유영국 등이 함께한다.
그의 글은 솔직담백하면서도 따뜻하다.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던 옛 그림들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지게 한다. 어렵지 않은 문체로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기 위해선 지난한 노력과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성돼 있다.
첫 장 '봄-꽃을 내주다'에서는 봄에 만났거나 봄과 관련된 그림들이 소개된다. 글에서 봄 냄새가 나는 듯하다.
우선 올봄 우리에게 강렬한 기억을 안긴 '이건희 컬렉션'을 다루며 그 속의 대구 미술을 정성스럽게 조명한다. 이어 '화폭에 내려앉은 봄, 봄, 봄'을 주제로 봄을 그려낸 옛 그림을 소개한다. '봄날은 짧고 작품은 푸르러'에서는 고인이 된 은사 이영석 화가의 작품세계를 정리한다.
두 번째 장 '여름-그늘을 내주다'에서는 여름을 극복하는 그림을 찾아 글과 그림 속으로 시원한 피서를 떠날 수 있다. '물멍 피서와 몸보신 피서' '아날로그 손풍기에 깃든 그림' 등을 통해 옛 선조들의 여름맞이를 만나본다.
그다음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다. '가을-산빛을 내주다'는 가을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여준다. 유영국의 '산'을 비롯해 선조들의 가슴에 뜬 달, 늦가을의 파도 소리 등을 소개하며 사색하듯 가을을 담아낸다. '그림 안에 핀 국화, 그림 밖에 핀 애도'는 가을꽃 국화를 소재로 가슴 아픈 세상의 사건·사고를 떠올리기도 한다.
마지막 장 '겨울-설경을 내주다'에서는 차가운 세한에도 매화를 찾아 나서는 선비의 여정과 옛 그림으로 만나는 설경 등을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이브다… 조선 후기의 화가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를 펼친다. 어둑어둑 해가 저물자 트리에 불을 밝히듯 매화가 하염없이 피어있다." 작가는 조희룡의 '매화서옥도'를 산타클로스의 선물 같다고 표현한다. 미처 몰랐던 옛 그림을 독자는 선물처럼 재발견하게 된다.
책의 '여는 글'과 '닫는 글'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책을 시작하며 "옛 그림은 채근하는 법이 없다. 온기를 품은 채 사시사철 피어 있다. 스쳐 지나도 원망하지 않는다. 어르신을 대하듯 사람들은 옛 그림을 어려워한다. 선입견 탓이다. 말문을 트고 보면, 젊은 감각의 어르신이 적지 않듯이 옛 그림도 그러하다. 옛 그림은 젊다. 화가의 그때 그 시절이 담겨 있다. 역사가 오래되고 그림이 오래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옛 그림과 말을 섞을 수 있을까? 쉽다. 조금만 곁을 내주면 된다. 그러면 천을산 나리꽃 같은 옛 그림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림은 곁을 내주는 만큼 마음을 내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속 선비처럼 영혼의 자유를 누리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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