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항구도시를 가다 〈4〉 헬싱키…고요한 자연과 모던한 삶의 조화…"휘바, 헬싱키"

  • 노진실
  • |
  • 입력 2023-12-01 08:10  |  수정 2023-12-01 08:12  |  발행일 2023-12-0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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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헬싱키 명소인 '헬싱키 대성당'.

핀란드의 항구도시 헬싱키는 고요함과 활기찬 분위기가 조화를 잘 이루는 곳이다. 걷기 좋은 이 도시에서는 골목 골목을 걷다 뜻밖의 '보물'을 만날 수도 있다. 배나 기차를 타고 다른 분위기의 세상으로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도 헬싱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세계적 건축가 알토 설계한
아카테미넨 서점·카페 필수

코끝 시린 바닷가 산책 뒤엔
초콜릿과 커피 한 잔 여유를
페리 타고 근교 도시 여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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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의 유명한 서점인 아카테미넨 서점.

◆고요하면서 활기찬 '항구도시'

'고요함'을 중요시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특성 때문일까. 헬싱키는 핀란드에서 큰 도시에 속하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어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바닷가를 비롯해 도시 곳곳에 조성된 산책로에서는 조용하게 산책과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하지만 헬싱키는 항구도시의 활기찬 매력도 잊지 않는 도시다.

조용한 산책이 고독하게 느껴질 땐 마켓광장이나 에스플라나디 공원을 찾으면 사람들로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곳에선 맛있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마켓광장의 명물은 연어구이와 연어수프 등 생선 요리다. 신선하면서도 담백하고 부드러운 그 맛은 여행의 피로를 싹 씻겨준다. 마켓광장에선 생선 요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일과 핀란드 전통 음식도 판매하는데, 신기한 게 많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마켓광장 옆으로는 '헬싱키 크루즈'가 운영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큰 배가 드나들고 그 위로는 갈매기가 날고 있다. 헬싱키가 항구도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광경이다.

에스팔라나디 공원에는 아주 오래된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곳에서 핀란드 초콜릿을 곁들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헬싱키 바다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장시간 산책을 한 뒤엔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만나는 '보물'

'보물'은 드물고 귀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뜻한다. 아무리 물건에 초연한 사람이라도 누구에게나 귀히 여기는 물건 한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겐 쓰레기가 누군가에겐 보물이 되기도 한다. 기자의 보물은 헬싱키 한 중고마켓에서 저렴하게 산 컵과 그릇 몇 개다. 사용한 흔적이 남은 낡고 오래된 것들인데 나에게는 꽤 소중하다. 투박하리만치 단순한 디자인과 단조로우나 특이한 색감이 눈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긴 세월까지 깃들어 그 물건을 완성했다. 세월이 비껴가는 디자인의 가치는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살다 보면 취향에 꼭 들어맞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발길 닿는 대로 골목을 걸어 다니다 우연히 들어간 중고마켓에서 보물을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핀란드 사람들은 인생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삶을 살려고 한다. 현재를 고요하게 머물며, 옛것의 가치를 높이 사고 그것들과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 현시대가 강요하는 모든 물질적인 것들을 욕심내어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모두 소중히 여기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핀란드인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다."(책 '진정한 심플라이프, 휘바 핀란드' 중에서)

헬싱키의 다양한 중고마켓에서 '마리메꼬'(핀란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나 귀여운 '무민' 캐릭터가 담긴 중고 물품, 그 외에 오래됐지만 실용적인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다.

핀란드인들의 자랑인 세계적 건축가 '알바 알토'의 흔적은 서점에도, 카페에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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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중앙역.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헬싱키 시내에 있는 '아카테미넨 서점'일 것이다. 알바 알토가 설계했다는 서점 건물은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손길이 묻어나는 듯하다. 특히 천장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온 자연 채광이 서점의 분위기를 은은하면서도 산뜻하게 유지해 준다. 서점 2층에는 '카페 알토'가 자리한다. 역시나 알바 알토의 디자인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공간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헬싱키에선 알찬 도보여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걷거나 혹은 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헬싱키 대성당, 우스펜스키 대성당, 캄피 예배당, 마켓광장, 올드마켓홀, 헬싱키 중앙도서관(Oodi·오디) 등의 명소를 가볼 수 있다.

◆배 타고, 기차 타고 '근교 여행'

'끝은 또 다른 시작' 헬싱키도 그런 항구도시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도시 중 하나다.

헬싱키의 매력 중 하나는 배나 기차를 타고 근교 여행이 쉽다는 점이다.

헬싱키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2시간 정도를 가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닿을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중 최북단에 위치한 나라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탈린의 구시가지에서는 헬싱키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탈린의 골목길을 따라 중세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헬싱키보다 조금 더 고요한 곳으로 가 잠시 세상과 단절되고 싶을 땐, 혹은 호수에 가고 싶을 땐 헬싱키 중앙역으로 가면 된다.

중앙역에서 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몇 시간을 달리면 헬싱키보다 더 한적한 지역으로 소풍을 떠날 수 있다. 두꺼운 책을 가지고 긴 여름 휴가를 떠나는 핀란드 사람들처럼 말이다. 핀란드인들은 숲속에서 오랫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휴가를 보내곤 한다.

핀란드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그들처럼 자연 속에 나를 내맡기고 홀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 내 지난 삶의 흔적과 피로감을 모두 씻어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기차를 타고서 헬싱키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나무와 흙 내음을 만날 수 있는 적막하리만치 조용한 지역에 다다를 수 있다.

헬싱키에서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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