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가 자취 감췄다"…어민들 조업 포기

  • 정용태,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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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7 18:11  |  수정 2023-12-07 18:12  |  발행일 2023-12-08 제1면
포항과 울릉 등 위판물량 급격히 감소
성어기에도 조업 자체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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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 출어를 포기한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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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 출어를 포기한 어선들이 빽빽히 정박해 있다. 전준혁기자

경북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가 자취를 감췄다. 어민 대부분이 조업을 포기한 탓에 위판장에서는 오징어 거래가 끊겼고, 혹여나 출항한 어선도 허탕을 치며 빈 배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평소와 같으면 오징어 성수기를 맞아 분주하게 어민들이 오가겠지만 적막감만 감돌았다. 그 대신 정박한 배들로 가득 차 있다. 구룡포수협 관계자는 "태풍이 올때 빼고는 이렇게 배가 가득 정박한 모습은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구룡포수협 소속 오징어잡이 어선은 냉동선 포함 모두 54척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조업을 포기한 탓에 오징어 위판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오징어 위판 물량은 2021년만 해도 5천721t(420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2천912t(318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났으며, 올핸 11월말 기준 485t(90억 원)으로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오징어가 대표 어종인 울릉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울릉도 오징어 조업은 9월 말부터12월까지 3달동안 이뤄진다. 성어기를 맞아 출어한 어선들이 밤샘 조업을 해도 어획고는 10~20여 축(1축 20마리)에 불과해 유류비 충당도 어려운 상태다.


울릉수협에 따르면 올 11월말까지 위판된 오징어는 41t(4억9천여만원)으로, 지난해 805t(86억 5천400여만 원)의 2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40년동안 울릉도에서 오징어잡이를 해온 어민 A씨는 "이맘때면 오징어가 많이 잡혀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이렇게 잡히지 않으니 기가 찬다"며 "재해로 봐야 할 만큼 피해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7t짜리 채낚기 오징어잡이 어선 선주 B씨도 "해가 갈수록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유류대와 선박 이자, 인건비 등이 쌓여 벼랑끝에 몰렸다. 정부와 지자체는 어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오징어가 줄어든 이유는 중국 어선의 남획,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등 여러 원인이 있는데 어족 자원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일, 오징어 어획량 급감으로 어려워진 어업인에게 최대 3천만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안영관 구룡포근해채낚기선주협회장은 "어민 전부 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데 더는 대화할 것도 없다"며 "정부 지원 3천만원도 공짜가 아니고 우리가 그 돈 받아 뭘 하겠느냐"고 푸념했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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