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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는 가공할 정도다. 늘 구름떼 관중을 몰고 다닌다. 그녀가 공연하는 도시에선 당연히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스위프트노믹스'란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이다. 지난해 스위프트가 순회한 미국 20개 도시의 경제부양 효과만 6조5천억원이 넘는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빌보드 메인 앨범 순위 최장 1위 기록을 깬 솔로 가수다운 폭발력이다.
특정인의 이름에 노믹스를 접목하는 합성어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담은 레이건노믹스가 시발(始發)이다. 자유시장주의와 규제완화, '작은 정부'가 핵심이다. 복지정책을 축소하고 노조 통제를 강화했던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처노믹스는 대처리즘으로 통용된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통화완화·재정지출 확대·구조개혁 등 소위 '세 개의 화살'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국내에선 경제민주화와 시장경제의 조화를 추구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노믹스, 감세와 규제완화를 지향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노믹스가 도드라진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Y노믹스' 같은 네이밍이 없다. 그래서인지 색깔과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 공매도 전면 폐지는 시장경제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으며, 주식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명백한 부자감세다. 과학계 이권 카르텔을 타파한다며 지난해 R&D 예산을 16.6% 깎아놓곤 연초엔 다시 R&D 예산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준다. 도무지 종잡기 어렵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란 그럴싸한 구호까지 내걸더니만 정작 균형발전에 필요한 달빛철도엔 제동을 건다. 이 무슨 해괴한 변심인가.
자영업자 187만명에게 평균 85만원의 이자를 돌려주는 2조원 규모의 은행권 상생방안은 금융당국 압박의 결과물이다. 환급 시기도 총선을 앞둔 2~3월이다. 포퓰리즘이란 의구심을 살 만하다. 관치는 금융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앞세워 이미 민간기업인 포스코 회장 선임을 원격 조종해 최정우 회장을 주저앉혔다. 지난해엔 KT 회장 선임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논란을 빚었다.
정부여당은 소상공인 126만명에게 전기료를 20만원씩 감면해 주고 기업의 임시투자세액공제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한전 적자 확대는 애써 모른 체한다. 나라 곳간도 튼실하지 않다. 지난해 60조원의 세수 펑크가 난 데다 올해 92조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선심성 정책을 쏟아낼 계제가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우리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 정책은 약속어음"이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럴까. 금융투자세 폐지와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 연장은 법 개정 사안이다.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행불가다. 야당과 합의 없이 정부가 확정된 양 발표하면 국민에게 혼란만 준다.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한다지만 윤 정부의 경제정책은 관치와 시장경제와 반시장 색채가 뒤섞여 정체불명에 가깝다. 뒤죽박죽, 좌충우돌에다 진득한 맛이 없다. 이러면 기업과 가계가 장기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 역시 대규모 감세를 빼면 무색무취다. 'Y노믹스'만의 정체성이 녹아든 경제철학과 정책 밑그림이 필요하다. 자유시장경제 색깔을 살리려면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순응해야 한다.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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