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총선 앞 섣부른 미디어 규제 우려된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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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8 06:56  |  수정 2024-01-18 06:57  |  발행일 2024-01-1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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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월10일)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에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을 참신한 후보찾기에 노력하는 한편 당 차원의 선거공약 마련에도 고심을 하고 있다. 4년 주기로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총선)는 국민을 대표할 의원을 뽑는다는 점에서 정당 입장에서는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비중을 갖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당은 공약개발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구별 후보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정당 차원의 공약은 민심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약 하나, 공약성 구호 한마디가 표심을 흔들어 제1당의 위치를 차지하기도 하고, 총선에 패하거나 제2당으로 추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총선 공약은 국민 다수의 민심을 얻기 위한다는 면에서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정당이 유권자의 기대와 가치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정치행위로 볼 수 있다. 각종 규제, 이익집단의 기득권 고수, 행정편의주의, 대기업 중심 정책 등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선거공약은 그나마 민심을 반영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 사회변화의 중요한 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짧지 않은 민주화 과정에서 선거를 통한 정책변화가 사회 혁신을 추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음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의 공약이 다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내용이 선거 공약화되고 이후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국가정책으로 채택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다. 선거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재정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공약을 내세웠다가 결국은 유야무야하는 '공약(空約)'도 많다.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는 공약, 국가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공약, 특정지역만을 위한 공약도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다. 분권이나 지방자치 확대·지역균형발전처럼 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채택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야 모두 나 몰라라 하는 공약도 여전하다.

이런 공약들이 해묵은 선거 양상이라면 최근 10~20년 사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미디어에 대한 공약이다. 말이 좋아 공약이지 속내는 미디어 장악을 위한 규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싶다. 과거의 돈선거, 지지자 동원 선거가 이제는 미디어 선거라고 할 만큼 양상이 변하면서 정당들이 미디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공약으로 포장해 규제와 간섭을 하려 한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포털과 미디어 관련 단체, 기구 등에 대한 간섭과 규제로 선거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대책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그만큼 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선거가 거듭될수록 미디어 장악을 위한 정당들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이득을 보겠다는 그 자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로 인해 미디어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미디어정책이 중요한데 당리당략에 눈멀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우를 범할까 걱정된다. 2007년 대선국면에서 선거 영향력을 두려워해 국내 UCC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시행했다가 결국은 국내 동영상 시장을 유튜브에 통째로 넘겨준 가슴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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