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국민의힘, 良貨로 물갈이 할 수 있을까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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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8 07:00  |  수정 2024-01-18 06:59  |  발행일 2024-01-18 제22면
인조 반정, 군주 교체의 실패
영남권 물갈이 핫 플레이스
민심은 용산 '내리꽂기' 경계
정실이 규범 훼손하면 안 돼
反正 의미 살릴 공천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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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인조 반정의 재해석

인조는 무능했다. 외교를 몰랐고 손자병법에 적시된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지혜도 없었다. 기울어가는 명나라의 썩은 동아줄만 잡고 있다가 두 번의 호란을 자초했다. 온 강토가 전화(戰禍)에 휩싸였으니 백성들의 고초야 오죽했으랴. 인조는 무도했다. 자신에게 반목하는 신하를 거친 언사로 능멸하기 일쑤였다. "자식을 죽이고 신하를 죽이는 것은 군부(君父)의 권한"이라고도 했다. 인조는 용렬했다. 소현세자의 독살을 사주하고 며느리 강빈, 강빈의 친정 부모형제, 손자들을 기어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반정(反正)은 '바른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이다. 이럴진대 인조 반정을 반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친 광해군의 치세가 더 나았을지 모른다.

# 높은 '물갈이 지수'

공천의 시간이 왔나 보다. 민주당이 공관위를 가동했고 국민의힘은 16일 공천 룰을 발표했다. 여느 총선처럼 4·10 선거의 화두도 '물갈이'다. 일단 민심이 요구하는 현역의원 물갈이 지수는 높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지역구 의원 교체를 원한다'고 답했다. 인적 쇄신은 정책 쇄신보다 유권자에게 주는 임팩트가 크다. 인적 쇄신 효과와 높은 물갈이 지수는 공관위의 컷오프 본능을 자극한다. 아마도 잔뜩 칼을 벼리고 있을 듯싶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이 제시한 물갈이 비율은 '20% 플러스 알파'. 보수 성지 영남권은 물갈이 핫 플레이스다. 선거 때마다 '내리꽂기'가 횡행했다. 21대 총선 땐 대구경북 의원 60%가 교체됐다. 불출마를 포함한 수치다.

# 현역 교체가 승리 방정식?

역대 총선에선 물갈이 폭이 큰 정당이 대체로 승리했다. 18·19·20대가 그랬다. 하지만 21대 총선은 달랐다. 민주당보다 더 많은 현역의원을 교체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묻지마 물갈이'가 승리 방정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공천 파동이 거셌다. 당 대표와 공관위원장의 사천과 막장공천이 언론을 도배했고, 공천 결과가 번복되면서 '호떡 공천'이란 조어까지 등장했다. 물갈이 질도 나빴다. 국회 입성 후 일부 초선은 '윤위병(윤석열+홍위병)'으로 전락했다.

# 양지 좇는 '윤심' 후보들

대통령실 출신 인사 30여 명이 여당 텃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대구경북이 9명, 부산경남 7명, 서울 강남권 3명 남짓이라고 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권유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한데 대통령실 출신은 양지만 좇는 모양새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현 정부 고위직의 총선 출마에 대해 59%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현역의원 교체를 원하면서도 '용산'의 참모 내리꽂기는 경계하는 민심이 읽힌다. 전략 공천, 단수 공천이 공천 파행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물갈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실(情實)이 규범을 훼손하는 공천은 배척돼야 마땅하다. 인조 반정은 군주 교체의 실패 사례에 속한다. 정조쯤 되는 현군을 옹립했더라면 조선의 명운이 달라졌을 터다. 국민의힘 공천도 반정(反正)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물갈이여야 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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