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노동의 종말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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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6 07:50  |  수정 2024-01-26 07:50  |  발행일 2024-01-2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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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1949년 1월26일 일본 호류사(法隆寺)가 불에 타 사라졌다. 호류사는 고구려 담징이 7세기 초에 그린 것으로 회자되는 금당벽화로 유명한 사찰이다. 금당(金堂)은 부처를 모신 법당이라는 뜻이다.

그 무렵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되기 이전이었고, 그래서 금이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보석이었다. 불상에 금칠을 한 일이 너무나 당연한 행위였다는 말이다. 진흥왕이 중국에 문서를 보내며 자신을 '金씨'라 한 것도 그와 같다.

호류사 전소 이후 일본은 1월26일을 '문화재 방재(防災)의 날'로 정했다. 방재는 재난으로부터 지켜낸다는 의미를 가진 어휘이다. 문화재 방재의 날은 문화재를 불 등 재난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기념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2월10일이 문화재 방재의 날이다. 2008년 2월10일 한 노인이 흔히 "남대문"이라 부르는 숭례문을 대부분 소실시켰다. 관공서가 자신의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으로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방화였다. 그로부터 3년 지난 2011년 이래 우리나라는 2월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기리게 되었다.

이순신의 오동나무 일화가 떠오른다. 줄곧 육군이던 이순신이 1580년 고흥군 남단의 발포성 성주로 발령받아 수군 소속이 되었다. 이때 직속 상관인 전라좌수사가 "발포성 안에 있는 오동나무 거목을 베어서 보내라. 내가 거문고를 만들어야겠다"라고 명령했다.

이순신은 "그 오동나무는 국가 재산일뿐더러 장구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키워온 것인 바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소이다" 하고 거절한다. 결국 이순신은 부임 18개월째에 발포만호 자리에서 해임된다. 중앙정부 요직에 오른 전라좌수사가 보복 인사를 단행한 것이었다.

이순신의 청렴 일화는 숭례문 소실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한다. 다수의 민중이 오랫동안 가꾸어온, 그것도 국가 재산인 아름드리 고목을 개인이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다! 숭례문 또한 마찬가지이다. 얼마나 엄청난 민초들이 한양성 정문 수축에 긴 시간 노역을 바쳤겠는가? 어느 누구에게도 그 값비싼 노동을 한 줌 잿더미로 만들 권한은 없다.

1945년 1월26일 출생한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노동의 어려움을 벗어나려고 기술을 발전시킨 인간이 이제는 기술에 밀려 소외를 겪게 되었다.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 주도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 했다. 인간소외 문제 해결에 무관심한 일부 정치인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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