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도광의 '엉겅퀴꽃 피던 고개'

  •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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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07:09  |  수정 2024-01-29 08:55  |  발행일 2024-01-29 제21면

우리에 갇힌

염소 한 마리

엉겅퀴꽃 핀 고개 그리워 달아났다가

늑대 만나 밤새도록 싸운 끝에

새벽녘에 잡혀 먹힌다

비취 별빛 밝혀 살아온 여자

즈믄 해 뒤에 살아온 여자

누명 씌워 감옥 살게 한 여자

그리움 하나 또 생기게 했다

도광의 '엉겅퀴꽃 피던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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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시인)

"비취 별빛 밝혀 살아온 여자/ 즈믄 해 뒤에 살아온 여자/ 누명 씌워 감옥 살게 한 여자"라는 구절 때문에 그리움은 퍼덕이며 살아 있는 현재의 감정이고 만다. 늑대를 만나 밤새도록 싸운 염소가 장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년의 마음이라면, 그리움을 생기게 하는 여자는 마음을 부추기는 매혹의 외부 세계이다. 이 시를 곱씹게 하는 구도는 염소와 여자라는 대항 구조이다. 즈믄 해 뒤에 살아온 여자는 여우이거나 요기, 따라서 비취 별빛 또한 환상의 면적을 뜻하는 모습, 누명 씌워 감옥 살게 한 여자는 팜므파탈, 소년에게 세계는 전술한 여성성이 가득 넘치는 곳이다. 그것이 달콤하거나 환멸일지라도 겪어보기 전에는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시절, 그러므로 이 시의 부제는 사춘기이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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