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조기 금융교육으로 건전한 신용사회 만들어가야

  •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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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06:53  |  수정 2024-01-29 07:05  |  발행일 2024-01-29 제22면
"영끌투자실패·코인 빚투 등
청년층 금융 이슈 심상찮아
시장·상품·리스크 관리 등
어릴때부터 생존교육처럼
금융교육도 필수과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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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최근 경제 뉴스를 잘 살펴보면, 금융소비자 중 특히 청년층과 관련된 이슈들이 눈에 띄게 많이 소개되고 있다. '부채에 허덕이는 MZ' '영끌투자 실패·전세사기 피해… 2030 개인회생 갈수록 늘어나' 등 헤드라인만 보아도 청년층의 금융 이슈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한 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 및 주식시장 '빚투' 실패와 전세 사기 등의 영향으로 개인회생 신청자 중 30세 미만 청년비율이 2020년 10.7%에서 2022년 15.2%로 급상승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신용정보원의 2023년 6월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23만1천200명으로 2022년 12월 말 기준과 비교하여 1만7천명이 급증하였다고 하니, 현재 청년층의 금융 이슈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OECD 가입국이면서 2023년 GDP 기준 세계 경제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에서 청년층의 금융 이슈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본고에서 필자는 조기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논하고 싶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의 경우, 조기 금융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후에 건전한 금융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1999년 조기 금융교육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4년 이후 모든 주에서 경제교육을 표준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도 2014년 이후 중등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시켰고, 호주도 고등학교까지 금융을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돌아보면 현재까지 정규 교육과정을 통한 금융교육이 전무했다. 다행히 2025년부터 고등학교 과정에 '금융과 경제생활'이 개설된다고 하지만, 조금 더 앞당겨 선진국처럼 경제, 금융교육을 초중등 의무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신용사회로 빠르게 변모되고 있다. 이는 금융교육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금융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금융상품의 구조도 점점 복잡해지고, 금융투자 손익 발생과정에 대한 이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조기 금융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금융이해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마치 영어교육이나 생존수영처럼 금융교육도 어릴 때부터 시작함으로써 금융시장과 금융상품, 금융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생활 속의 금융인을 양성하는 것만이 건전한 신용사회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청년층의 부족한 금융지식과 정보가 부동산 영끌과 주식·코인 빚투 등 충동적인 투자로 이어졌다"며 "가계부채 급증을 사전에 차단하고 청년이 건전하게 금융시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생존교육처럼 필수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언론기사, 연구보고서를 통해 수없이 많이 제기하고 있다. 그만큼 조기 금융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전 미국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제 금융교육은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빨리 조기 금융교육을 확산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작년에 '화폐이야기'라는 주제로 초등학생 경제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데, 수업시간 내내 똘똘한 눈망울로 수업을 경청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아이들의 눈 속에서 보았던 미래세대의 희망을 떠올리며, 나부터 조기 금융교육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해 본다.황병우 DGB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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