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일회용 컵으로 본 그들의 생각

  • 원선금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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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30 07:50  |  수정 2024-01-30 07:51  |  발행일 2024-01-30 제17면

원선금
원선금<시각예술가>

어느 예술대학에서 전시한 한 작품에서 영화촬영장 커피차의 일회용품 사용 시정을 요구한 e메일을 유명 감독들과 각 영화사에 보냈다는 내용을 본 적 있다. 그중에서 메일을 읽었지만 회신을 보내준 곳은 한두 곳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시정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고 한다.

그 일화를 곱씹으며, 한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지난해 지역 행사장에 방문한 적 있는데, 다양한 먹거리의 푸드트럭들이 있었다. 재활용품을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이기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버려지는 경우를 지나칠 수 없어, 한 커피차로 시선이 향했다.

커피차 트럭 옆 작은 테이블에, 손님들이 먹다 남긴 음료와 빈 컵이 빽빽이 쌓여 있었다. 용기 내어 커피차 사장님께 "이런 것들 가지고 작업하는데 컵들을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저희야 좋죠~"라고 웃으시며 흔쾌히 응해 주셨다. 남은 음료들을 하나의 컵으로 옮겨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긴 음료를 모은 컵이 문제였다. 남은 음료들을 어딘가에 버려야 하는데, 사장님께 커피트럭 안 싱크대에 버려주시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냥 바닥 아무 데나 버리세요"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나와 같은 생각으로 동참의 의미라 생각했지만, 짧은 순간에 귀찮은 거 치워주는 청소부가 된 것만 같았다. 공중화장실을 찾아 남은 음료들을 비우고, 준비해 온 비닐봉투에 모두 담아왔지만, 씁쓸한 마음은 한구석에 있었다.

영화촬영장이나 지역행사장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일회용품이 자주 사용된다. 경제적이고 편리해서 흔히 사용되고 버려진다. 재활용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미국 벅넬대학교 토마스 킨나만(Thomas Kinnaman) 경제학 교수의 의견은 세척에 물과 전기가 사용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정과 운송으로 에너지가 발생하므로 경제적 편익을 봤을 때 그냥 폐기하거나 최대한 재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작업의 소재로 쓰는 이유는, 현대 소비문화를 반영하는 매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구하기 쉬워서가 아니라, 많이 버려지고, 현재에 존재하는 소비재 중 하나다. 일회용 폐기물이 아닌, 본연의 시각요소를 끌어내 재료의 반전성을 작품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적 관점도 있다.

물론 일회용품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생각이 있을 것이다. 경제적 편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사회와 환경을 위한 사소한 첫걸음이 필요한 때다.
원선금<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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