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10년 톺아보기] <3> '유령도시' 극복을 위한 과제

  • 이지영
  • |
  • 입력 2024-02-01 07:40  |  수정 2024-02-01 07:41  |  발행일 2024-02-01 제6면
생활인프라 태부족…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도시기능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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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혁신도시는 10년이 지나도 '유령도시'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임대'가 붙어 있는 상가들.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공공기관들이 입주한 후 인구는 2천여 명에서 1만8천여 명으로 늘었다. 대구시의 목표치인 2만2천명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전국구 공공기관의 존재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생활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열악한 교통과 교육, 문화·체육시설 확충은 혁신도시가 채워야 할 숙제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는 IBK기업은행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 23곳에 대한 유치 희망 의사를 밝히고 유치전에 돌입했다.

◆10년째 '유령도시' 오명 못 떨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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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점심시간쯤 대구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의 식당가는 평일임을 감안해도 한산했다. 대로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는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닫힌 상가들이 즐비했다. 굳게 닫힌 상가 유리문에는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다. 색이 바래거나 말라붙은 스티커에서 상가가 비어있는 기간이 짐작됐다. 인근 각산동 골목 안 상가들도 텅텅 비어있다. 한 5층 건물은 1층(상가 6곳)과 2층(2곳)이 모두 '임대' 딱지가 붙어 있었다.

혁신도시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월 임대료 100만원에 카페 하나가 나왔는데, 최근 70만원까지 떨어져도 문의자가 없다"며 "수익이 받쳐주지 않으니 공실만 쌓인다"고 했다. 혁신도시는 주말이 되면 더 고요해진다. 공공기관 등 혁신도시 내 기업 직원들이 금요일 퇴근과 함께 서울 등 타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그나마 유지되던 도시기능을 잠시 멈춘다. 혁신도시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떨쳐내기엔 역부족이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통계뷰어를 분석한 결과, 신서혁신도시 상가(집합상가 기준) 공실률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36.3%로 집계됐다. 대구 상가 평균 공실률 10.4%보다 3배가 넘는다. 10곳 중 4곳이 비어 있는 셈. 같은 기간 동성로와 수성범어 상권 공실률은 각각 11.8%, 10.1%였다. 혁신도시에서 20분 내외에 있는 이시아폴리스와 시지지구의 상가 공실률은 각각 6.5%, 2.5%로 혁신도시와 두 자리 이상 차이를 보였다.

혁신도시의 가장 큰 현안은 '인구 감소'다. 혁신도시는 10년 전(2014년) 2천111명으로 출발했다. 2016년 인구 1만명을 넘어선 이후 2020년 1만8천876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2021년 1만8천752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8천207명으로 줄었다. 3년여 만에 669명이 혁신 도시를 빠져나갔다.

떠난 이들은 대부분 '청년'이다. 혁신도시의 청년 인구는 2020년 4천608명→2023년 3천907명으로 701명 줄었다. 최근 3년간 혁신도시를 떠난 수와 거의 동일하다.

공공기관 가족동반 이주율 역시 큰 변화가 없다. '이전 공공기관 가족동반 이주율'은 2020년 66.2%, 2021년 67.4%, 2022년 67.9%, 지난해엔 71%였다. 대구 혁신도시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6위이다. 혁신도시 한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A씨는 "가족과 동반 이주도 고민해 봤지만, 학교나 교통, 문화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아직 부족해 혼자만 내려와 있다"고 했다.


2014년 2111명이던 '신서혁신' 인구
공공기관 입주후 1만8000명대 불구
교통·문화·체육 인프라 제자리걸음
학교도 초등 2·중 1·특목고 1곳 불과
가족동반 이주 71%…10개 혁신 중 6위

상가 10곳 중 4곳 빈 채 '임대' 안내문
대구평균의 3배인 상가 공실률 방증



◆문화·교육 등 생활 인프라 부족

대구시는 혁신도시의 문화·체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동구 각산동에 '대구복합혁신센터'를 착공했다. 국·시비 등 총 282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에 면적 6천982㎡ 규모로 건립됐다. 수영장과 어린이 북카페, 영유아 놀이방, 갤러리, 도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준공을 앞두고 누수가 발견됐다. 특별검사를 한 결과, 방수 등에서 부실공사를 한 것이 드러났다. 대구시는 시공사에 하자보수공사와 함께 '영업정지 12개월' 처분을 내렸다. 당초 지난해 말 개관할 예정이던 센터는 현재 대구시와 시공사의 법정 공방으로 하자보수공사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주민 B(45)씨는 "지난해 말에 오픈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안내조차 없다"면서 "혁신도시에 수영장이 생긴다고 해서 기뻤는데, 기다리는 것도 지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대구시는 오는 7월 복합혁신센터를 임시 개관해 시범운영을 할 계획이다.

교육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혁신도시에는 초등학교 2곳(새론·숙천초등)과 중학교 1곳(새론중), 고등학교 1곳(대구일과학고)이 있다. 이 중 대구일과학고는 특목고인 탓에 학생들 접근성이 어렵다. 일반고에 가려면 최소 7㎞는 나가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2021년 동구 용계동에 있는 정동고를 올해 3월까지 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지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전은 2025년으로 연기됐다. 학교 부지를 매각해 마련한 비용으로 혁신도시 내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부지가 팔리지 않고 있는 것.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강원대 박근출 박사가 지난해 발표한 '전국' 논문을 보면, 대구혁신도시 주민들은 도시 접근성(3.105)과 교육(3.165), 문화·체육(3.146)에 대한 만족도(5점 만점)가 평균(3.295)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도로(3.581)와 공원·조경시설(3.571)은 그나마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박근출 박사는 "대구혁신도시 주민들은 주거시설, 도로, 병원·은행·마트, 공원 등 공공 및 편의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교육 환경·여건, 체육·문화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낮다"면서 "주차장과 청소, 쓰레기 처리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기관 이전 시즌 2, 대구는 23곳 유치 희망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대구 혁신도시는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총선 이후 조금씩 가시화되면 공공기관을 추가로 유치해야 한다. 대구시가 추가로 품고 싶어 하는 공공기관은 23곳이다. 추가 이전은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생활 및 디지털 기반 인프라 확충사업이 좀 더 속도를 내는데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구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벤처투자, 한국공항공사 등이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 업무에 특화된 기업은행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신서혁신도시에 있는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단지공단 등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글·사진=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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