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울릉도 오징어 어디로 갔나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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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1 07:07  |  수정 2024-02-01 07:11  |  발행일 2024-02-01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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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태기자〈경북부〉

울릉도 하면 오징어가 떠오를 만큼 '오징어'는 울릉도 대표특산물이다. 하지만 그 명성이 급속히 퇴색하고 있다.

오징어 성어기를 맞아 분주해야 할 울릉도 어업 전진기지 저동항은 인적이 끊긴 듯이 적막했다. 오징어는 10월부터 12월까지 성어기다. 저동항 어판장은 이맘때면 밤새 조업해 온 오징어를 손질하고 옮기느라 분주한 어민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올해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닻을 내린 채 항구에 정박한 어선들로 넘쳐났다.

울릉도 오징어잡이 어선은 320여 척. 울릉도 어선 90%가 오징어 조업만 하는 채낚기 어선이다. 어민들은 이맘때 잡은 오징어 조업으로 1년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울릉도 지역경제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울릉지역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46t, 위판금액은 5억5천500만원에 불과하다. 2022년 952t 103억9천500만원의 판매액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올해 오징어 씨가 말랐다고 할 수 있다. 출어한 어선 한 척당 평균 판매액은 1천만원도 안 된다. 외국인 선원 1명당 200여만 원의 월급은 고사하고 유류대 충당도 어려운 실정이다.

오징어가 안 잡히는 건 울릉도뿐만이 아니다. 오징어 산지로 유명한 포항 구룡포도 마찬가지다. 동해는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10만t 이상 오징어가 잡혔는데 작년 동해의 어획량은 2만t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급감했고 올해 어획량은 집계조차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불법 조업 등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오징어는 1년생 회유성 어종으로 가을∼겨울에 주로 알을 낳는다. 수온이 올라가는 봄∼여름에는 동해 북부 러시아 수역까지 찾아가고, 수온이 내려가는 9∼10월에는 산란을 위해 남쪽으로 회유하지만, 올해는 남쪽으로 내려오는 오징어가 거의 없다.

난류 북상으로 울릉도 북쪽 북한수역에 형성된 오징어 어장에 중국어선 수천 척이 진을 치고 오징어를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오징어 등 주요 어족자원 고갈로 출항을 포기하는 등 울릉도 어업인들은 자연재해 수준의 위기를 맞았다. 폐업하는 어업인도 속출하고 있다.

관계 당국이 이런 상황에 대해 계속 뒷짐만 진다면 울릉도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생계위협에 직면한 울릉도 어민들이 안정적으로 조업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정용태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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