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권력게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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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1 07:07  |  수정 2024-02-01 07:09  |  발행일 2024-02-01 제26면
정략·권모·배신 로마 공화정
권력의 알파와 오메가 시전
윤-한 봉합해도 변수는 남아
'김 리스크'·공천 뇌관 여전
2·3차전 판세 호기심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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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로마 공화정 말기만큼 다채로운 서사가 있는 시공(時空)도 드물다. 권력의 속살을 헤집으려면 로마 공화정을 톺아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정략과 결탁, 음해와 배신, 권모와 살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권력의 알파와 오메가를 시전한다. 시대의 역사는 카이사르 일대기와 겹친다. 타고난 정치가이자 군사전략가 카이사르는 인맥 형성과 혼맥 줄타기에 능했다. 청년시절 민중파 대표 격인 칸나의 딸과 결혼했으며, 아내가 먼저 죽자 귀족세력의 지지를 받는 벌족파 수장 술라의 손녀와 재혼했다. 카이사르는 크라수스, 폼페이우스와 손을 잡고 원로원의 견제를 넘어 집정관에 오른다. 1차 삼두정치의 시작이다.

카이사르는 집정관을 지낸 후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한다. 그는 켈트족을 복속시키며 7년 만에 갈리아 지역을 정복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로마 군권을 확보한 원로원 귀족세력이 카이사르에게 군대를 해산하고 단신으로 로마로 돌아오라고 명한다. 무장해제하고 죽으러 오라고? 귀족들과의 협상이 불발되자 카이사르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격한다.

카이사르가 장악한 로마는 그의 1인 천하였다. 달력(율리우스력)을 만들고 통화개혁을 하고 시민권을 확대했다. 하지만 권력 독주에 대한 귀족세력의 불만이 커져 갔다. 급기야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랑에서 14명의 귀족들에 둘러싸여 살해당한다. 당시 카이사르가 신음하며 뱉은 말 "브루투스 너마저"는 배신의 은유다. 로마는 2차 삼두정치가 펼쳐지고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는 로마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 최종 승자는 옥타비아누스. 그가 초대 황제에 등극하며 로마 공화정이 막을 내린다.

권력은 비정하다. 천륜의 경계를 넘나든다. 중국 유일의 여성 황제 측천무후는 왕권 찬탈을 위해 자식을 죽였으며, 패륜군주 수양제는 부친 수문제를 살해했다. 토사구팽도 권력의 공식이다. 한(漢) 고조 유방은 천하통일 후 창업의 주역 한신을 제거했고,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개국공신 이선장 등을 역모로 몰아 죽였다. 조선의 태종도 즉위 후 가신과 외척을 사정없이 척결하면서 팽(烹)을 통해 왕권을 강화했다.

권력게임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충돌 역시 흥미로운 서사로 치닫는다. 어김없이 권력의 속성을 노정한다. 우선 친윤의 구심력 약화가 눈에 띈다. 초선 50명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나경원 당 대표 후보를 주저앉히던 지난해 1월의 기세와는 사뭇 다르다. 원조 '윤핵관'도 잠잠하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신중한 스탠스다. '용산 사람들'과 일전을 벌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선 방관이 최선의 모드일 수 있다.

윤·한의 1차전 평가는 대체로 '한동훈 판정승'이다. 윤 대통령은 일단 내상을 입었다. 윤·한 충돌 후 부정적 여론이 5%포인트 오른 63%였다.(한국갤럽) 진정한 승자는 김건희 여사라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김건희 성역'이 건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서둘러 봉합했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김건희 리스크'와 공천 뇌관은 상존한다. '절대 변수'가 남아 있는 셈이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 불가역적이라는 의미다. 윤·한 대척도 불가역적이다. 권력게임은 요지경이다. 장삼이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석도 없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2차전, 3차전이 그래서 궁금하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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