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파키스탄의 캥거루 재판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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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5 06:54  |  수정 2024-02-05 06:55  |  발행일 2024-02-05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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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파키스탄은 2월8일이 총선일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 나라는 전 총리 임란 칸(71)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법원이 바로 지난 화요일에 그에게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10년형을 내리더니 그다음 날에는 그가 공직에 있을 때 받은 선물로 이득을 취했다고 그들 부부에게 각각 14년형을 선고했다. 10년간 공직자 피선거권도 박탈했다. 남편은 현재 수감 중이고 아내는 가택연금 중이다. 피고도 변호사도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그들만의 판결이었다. 그 졸속 재판은 그를 이번 총선에 출마 못 하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빚어졌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 날치기 재판이야말로 '캥거루 재판'이라고 했다.

칸은 아직도 한마디로 파키스탄의 전설이다. 그는 옥스퍼드를 나와 크리켓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하면서 파키스탄에 크리켓 월드컵 우승배를 안겨준 국민영웅이었다. 43세 때 21세의 세계굴지 부호의 딸과 결혼하면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결혼은 미니스커트를 입는 유명 앵커우먼과 하였다. 현재 부인은 원래 그가 수피즘에 몰두하면서 만난 그의 종교 자문이면서 다섯 자녀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신비한 능력이 있었고 자기와 결혼하면 그가 총리가 될 것을 예언했다고 한다.

그는 2018년엔 정말 총리가 되어 이슬람의 가치를 중히 여기면서 구정치질서를 타파하려고 노력하였다. 탈레반에 대한 우호적 행보나 오사마 빈 라덴을 순교자라고 칭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닐 듯싶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웠고 미국과는 소원했다. 결국 4년을 못 채우고 2022년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났다. 파키스탄은 분리 독립 후 아직까지 총리가 되고 못 되는 것은 대부분 군부에 달려 있다.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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