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살이에"… 70대에도 일터 못 떠난다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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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9 17:54  |  수정 2024-02-19 18:06  |  발행일 2024-02-20 제1면
지난달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 25만5천명
노인 중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사람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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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경북 노인 인구는 60만3천321명으로 전체인구의 23%를 차지했다.영남일보 DB
대구 달서구에 사는 이모(71)씨는 지난해 경북 칠곡군의 한 사설 납골당에 관리자로 취업했다. 2년 전엔 집 근처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다. 당시 계약이 종료되면서 일을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보험료와 병원비 등 정기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를 고려해서 조금 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는 "아직은 건강해서 몇 년은 더 일할 수 있다.자식들도 생활이 팍팍한데 계속 손을 벌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대구지역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가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나 늘었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일을 하고 싶고 자식들에게도 재정적 부담을 주기 싫서 일터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70대 이상 노인들도 일터를 굳건하게 지키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지역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23만5천명) 보다 2만명 늘어난 25만5천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다.

대구지역 60세 이상 인구 67만1천88명의 38%에 이른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일을 하는 셈이다.

특히 '일하는 노인'은 '일하는 20대·30대'보다 많았다. 같은 기간 20대(20~29세) 취업자 수는 14만5천명, 30대(30~39세)는 21만1천명이다. 노인 취업자수보다 각각 11만명, 4만4천명 적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0년 전보다 10만명 이상 늘었다. 2014년 1월(13만5천명)보다 12만명(88.9%) 급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전인 2019년 1월(19만1천명)보다는 6만4천명(33.5%)늘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도 2022년 6월 기준 10만8천명에서 2023년 6월 기준 11만6천명으로 7.4%(8천명) 늘었다. 65세 이상 일하는 노인은 달서구(2만3천명)에 가장 많았다. 이어 북구(2만명), 동구(1만8천명), 수성구(1만7천명), 달성군(1만4천명), 서구(1만1천명), 남구(9천명), 중구(4천명 순)이었다.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60세 이상 인구가 늘어서다.대구는 60세 이상 인구가 10년 전 43만8천702명→67만1천88명으로 25만262명(59.8%) 증가했다.

고물가로 인해 생활비가 쪼들리자 70대 이상 노인도 노동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지난달 전국 70대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24.5%였다. 7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은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하거나, 가구원이 운영하는 사업체서 무급으로 일했다는 의미다. 75세 이상에서도 전국 403만명의 인구 중 75만6천명이 취업해 18.8%의 고용률을 기록했다.

근로를 희망하는 노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65∼79세 노인 중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전체의 55.7%였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돈이 필요해서'라는 응답(52.2%)이 가장 많았다. 이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일하는 즐거움 때문에'라는 응답은 38.0%였다.

한국은행이 낸 '고령층 고용률 상승 요인 분석' 보고서(2022년)를 보면,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사적 이전의 감소, 공적연금·자산소득 대비 생활비의 급격한 증가 등이 고령근로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지목됐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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