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배우의 가면=분장

  • 정창윤 극단 열혈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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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2 08:21  |  수정 2024-02-22 08:23  |  발행일 2024-02-22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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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윤 (극단 열혈단 대표)

배우는 평생 몇 개의 인물을 연기할까?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작품활동을 쉬지 않고 꾸준히 지속한 배우라면 적어도 수십 개의 배역을 맡아 연기할 것이다. 한 명의 배우가 수십 가지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도 수십 가지의 표현 방법, 수십 가지의 자아를 가지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표면적 외형을 바꾸어 보여 주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리하여 이번 주는 연극배우를 극 중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분장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연극에서의 분장은 여러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배우의 얼굴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부터 더 나아가 배우 개인을 감추고 캐릭터를 부각하는 일종의 가면적 역할도 한다.

첫 번째, 배우의 얼굴을 명확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단적인 예로, 연극은 기본적으로 암흑의 극장에서 빛을 받는 무대에 배우가 올라가 연극이 시작된다. 극장 구조의 특성상 무대를 밝히는 조명은 무대 세트와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장의 상부에 위치하게 된다. 조명이 무대를 비추었을 때 움직임이 없는 무대 세트는 빛의 각도를 통하여 'Blank'라 하는 조명의 빛을 받지 못하는 어두운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는 무대 위에서 시종일관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배우가 움직이는 동선의 모든 부분을 조명기의 각도로 조절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가장 중요한 배우의 얼굴에 Blank가 생기게 되고, 관객들은 배우의 얼굴이 흐려지니 극적 몰입에 답답함을 느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배우의 얼굴에 곡선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음영을 주어 조명 빛 아래에서도 얼굴을 명확하게 하고 표정의 쓰임새에 극적 효과를 줄 수 있다.

두 번째, 개인을 감추고 캐릭터를 부각한다. 연극의 분장은 캐릭터 자체를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이 된다. '사람의 성격과 인성은 얼굴을 보면 드러난다'라는 말이 있듯 인간에게 얼굴은 비언어적 수단으로써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생김새는 곧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그 인물의 삶 자체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인물이 있다면 잘 정돈된 피부, 깔끔한 눈썹 정리, 단정한 머리 등 상대에게 호감이 가는 생김새를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반대로 다른 타인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노숙자라는 인물이 있다면 덥수룩한 수염, 삐져나온 코털, 떡 진 머리 등으로 표현이 될 것이다. 이처럼 분장은 그 인물의 삶과 그 삶을 통해 생긴 성격, 성향 등을 표현하는 가면적 역할을 한다.

정창윤 〈극단 열혈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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