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일본엔 치매 카페가 7900개나 있다고?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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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3 08:25  |  수정 2024-02-23 08:25  |  발행일 2024-02-23 제17면
초고령사회 현장취재 결과 분석
사회문화적 변화 의미 되새기고
韓 고령친화적 사회로 전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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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에선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고령화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응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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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철 지음/매일경제신문사/272쪽/1만8천원

최근 개봉한 일본 감독 하야카와 치에의 영화 '플랜 75'는 75세 이상 노인의 죽음을 국가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 영화는 초고령사회를 먼저 맞은 일본에서의 가까운 미래를 그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이기에 이 영화를 본 한국 관객들에게도 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감독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청년과 노인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한국도 겪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는 표현이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특히 고령화의 경우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30%에 달하고, 그중 75세가 넘는 초고령자는 절반 이상이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그 시점을 이보다 더 빠른 올해 하반기로 예상하기도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2000년 초부터 고령사회를 맞이했다. 그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축적하고, 대처법도 마련해 나갔다. 이 때문에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할 때 주로 일본의 사례가 등장한다.

은퇴 및 시니어 트렌드 전문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이 일본이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시점부터 현장을 취재한 내용을 분석해 담았다. 저자는 일본의 초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먼저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고령 친화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함께, 천천히'라는 키워드가 있다. 이는 초고령사회를 겪는 과정을 힘겹고 고통스럽지만은 않게 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일본 지역 사회에는 치매 카페와 같은 모임이 생겨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는 전국에 7천900여 개의 치매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보통 공공시설이나 빈 가게를 활용했는데, 최근에는 스타벅스 등 새로운 분위기의 치매 카페를 만날 수 있다.

AI택시와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도 일본에선 등장했다. 아이신이라는 기업이 2018년 선보인 '초이소코 AI 택시'다. 이 사업은 지역 고령자들의 외출을 촉진해 이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 및 간병비를 줄이려는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동시에 기업인 아이신에는 새로운 미래의 수익사업이 됐다.

책에선 고령자들의 요양을 위한 일본의 혁신적인 시도도 소개한다. 일본에선 치매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을 만들어 이들의 배회를 예방하기도 한다. 의료와 간병이 하나로 통합된 '의료·간병 복합체' '커뮤니티 케어'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일본 편의점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확대한다. 또 '메디컬 피트니스'와 같은 건강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생겨났다.

책에는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저자는 "책에서 소개한 사례는 우리에게 생소하거나 이질적인 것들도 있다"며 "하지만 이런 사례들이 출현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생각과 고민을 추적해보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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