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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테랑 미용사들이 1인 미용실을 창업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대구 북구 태전동의 한 1인 미용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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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의 베테랑 미용사 최 모(41) 씨는 3년 전 대구 북구 태전동에 1인 미용실을 차리면서 가격을 대폭 낮췄다. 커트는 남녀 차이 없이 무조건 1만 원, 일반파마 4만 원, 열파마 7만 원으로 가격대를 정했다.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믹스파마도 9만9천 원에 할 수 있게 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지난해에는 직원 2명을 채용했다. 최 씨는 다음 달 가게를 확장·이전한다.
고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저렴한 미용실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한동안 사라졌던 '커트 1만 원대' 동네 미용실까지 재등장했다. 매출 악화에 골머리를 앓는 미용실이 단가인하로 영업전략을 바꾸면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때 일자리를 잃은 이른바 '커팅 고수'들이 대거 창업해 가격을 내리면서 미용 시장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5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1월) 기준 대구지역 미용(여자 성인 커트) 평균 가격은 2만500원이다. 전국에서 미용 가격이 2만 원을 넘는 곳은 대구를 포함해 제주(2만3천 원), 인천(2만2천667원), 서울(2만1천615원) 등 단 4곳뿐이다. 경북지역 미용 평균 가격은 1만7천923원이다.
한동안 대구지역은 미용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했다. 이미 5년 전 커트 가격 2만 원을 넘기면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커트 2만 원 시대를 열었다. 당시 서울에서도 1만6천 원이면 커트를 할 수 있었다.
미용실에 고시된 가격도 비싼데, 막상 미용실 의자에 앉으면 갖가지 이유로 가격이 높아져 간다. 실제 지난해 말 A 씨는 달서구 한 미용실에서 '매직 세팅 파마'를 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연말 이벤트로 30% 할인해 19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파마 가격이 기장 추가, 영양제 추가, 카드 수수료 등이 붙으면서 27만 원까지 치솟았다. A 씨는 "파마를 최대한 미루다가 하는데 그래도 가격이 부담스럽다. 다음부턴 저렴한 동네 미용실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수 십만 원이 훌쩍 넘는 미용실 비용이 부담스러워지자 비교적 저렴한 동네 미용실로 눈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력 있는 미용사들이 1인 미용실을 대거 창업하면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자료를 보면, 대구지역 미용실은 코로나 팬데믹 전 5천438개에서 지난해 말 6천290개로 852개나 늘었다. 미용업계에선 새로 문을 연 미용실의 80%가 1인 미용실로 추정했다.
새로 오픈한 1인 미용실 대부분은 고질적 문제인 '추가 요금'을 아예 없앴다. 낮은 가격을 내세워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B 원장은 "인건비가 안 나가는 만큼 가격을 내렸다"며 "남는 게 많지 않지만, 중간에 비는 시간 없이 예약이 꽉 차서 오히려 수입 면에선 괜찮다"고 했다.
전영춘 대한미용사회 대구시협의회 달서구지회 사무국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직한 실력 있는 미용사들이 최근 1인 미용실을 많이 열었다"며 "1인 미용실과 기존 동네 미용실이 경쟁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실력도 높아졌다. 덕분에 동네 미용실을 찾은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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