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혁신 사라진 공천…비호감 총선 되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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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7 07:02  |  수정 2024-03-07 07:03  |  발행일 2024-03-07 제22면
'멸문정당' '야바위' '신인횡사'
양당 공천 비판한 조어 만발
민주 지도부 거의 본선 직행
국힘은 친윤 핵심 단수공천
물길 돌려 혁신·비전 경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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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1 현상은 언어로 표현된다. 4·10 총선의 공천 내막과 전모도 언어로 투영된다. 민주당을 휘감는 조어는 '친명횡재' '비명횡사' 그리고 '멸문정당' '야바위'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재명 대표를 "전형적인 야바위꾼"이라고 직격했다. 경기 의정부갑의 풍광도 희한하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예비후보와 당 영입 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의 경선이라니. 문 예비후보는 2020년 총선 때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정치 세습' '아빠 찬스'의 대명사이자 민주당을 탈당해 해당 행위를 한 후보를 경선에 끌어들인다? 이 지역구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마저 "불공정 경선"이라며 분노했다. 이재명 대선 선대위 배우자실 부실장 출신 권향엽 예비후보를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에 단수 공천한 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인가. 전국 유일의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한 저의부터 미심쩍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은 현역 서동용 의원과의 경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친명은 단수공천, 비명은 컷오프 아니면 경선행이 민주당 공천의 큰 줄기다. 당 지도부 우대도 유난하다. 최고위원 및 고위 당직자 23명 중 21명이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친명 정당'을 지향하는 속내가 고스란히 읽힌다. 공천 내홍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이재명 대표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뭉갠다. "공천 갈등 얘기가 나와 당사 앞에 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이재명의 복심(腹心)이 궁금하다. 민주당은 죽어도 나는 살겠다?

#2 국민의힘의 공천을 웅변하는 언어는 '현역불패'다. '현역횡재' '신인횡사' '꼰대남당'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고인 물 공천' '세대 정체'란 비아냥도 나온다. 지난해 엑스포 유치 참패는 온 국민에 자괴감을 줬다. 그런데 투표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 오판했던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책임을 묻기는커녕 꽃길을 깔아준 것이다. 친윤 핵심 권성동·이철규·정진석·윤한홍 의원도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주 의원 영입은 정치의 희화화다. 의정활동 하위 20%에 포함돼 민주당서 컷오프 된 인물을 재활용한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공천이 확정된 국민의힘 후보자의 평균 연령은 58세 안팎, 여성 비중은 10% 남짓이다. 20·21대보다 '그림'이 더 안 좋다. 현역 의원 교체율은 20%를 한참 밑돈다. 4년 전엔 현역 43%가 교체됐다. "와이프·아이만 빼고 다 바꾸자"던 인요한 혁신위의 결기가 공허하다.

#3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혁신이 없다. 혁신이 없으니 감동이 없고 세대교체도 없다. 이를테면 '3무 공천'이다. 공약·정책에서도 혁신이 실종됐다. 불체포 특권 포기, 구속 의원 세비 박탈 따위의 정치혁신은 침잠한 지 오래다. 후보는 총선 전쟁을 치르는 '절대 무기'다. 여의도 문법을 타파하고 국회개혁을 견인할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혁신을 주도하고 그 기운을 전파할 후보는 언뜻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게다가 거대 양당 다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말마따나 상대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 총선 승패를 가를 개연성이 농후하다. 4·10 총선이 '비호감 마이너리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비호감 선거? 지난번 대선만으로도 신물 나는데. 지금도 늦지 않다. 혁신 경쟁, 정책 경쟁, 비전 경쟁으로 총선의 물길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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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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