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4·10 총선 기상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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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8 07:04  |  수정 2024-03-28 08:36  |  발행일 2024-03-28 제22면
정치지형 흔들 판도라 상자
국힘 공천 여론서 앞서고도
이종섭·황상무 이슈에 밀려
내홍 겪던 민주당 반사이익
상대 실책이 '뜻밖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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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논설위원

4·10 총선은 정치지형의 변혁을 촉발할 판도라 상자다. 입법권력 쟁취의 분수령이며 정당의 명운을 가를 변곡점이다. 151석이면 국회의 지배주주로 올라선다. 의석 5분의 3을 넘으면 법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패스트트랙 기능까지 장착한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 빼곤 다 된다. 여야가 사생결단으로 총선에 매달리는 이유다. 벌써 포연이 자욱하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선거가 있으랴만 2024 총선만큼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표심의 향연은 드물지 싶다. 국민의힘이 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다. 조기 레임덕은 말할 나위가 없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아예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벼른다. 민주당이 패배하면 정권교체 교두보 마련에 실패하고 그나마 야당의 입지를 살려줬던 의회권력마저 상실한다. 역시 치명상이다.

선거의 승패 요인은 구도·이슈·조직·인물·전략·정책이다. 총선은 여기에 '공천'이 더해진다. 공천은 여당 판정승. MBC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긍정(43%)·부정(44%) 평가가 팽팽한 반면 민주당 공천은 긍정(36%)보다 부정(51%) 응답이 많았다.

구도는 어떨까.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으로 여당은 윤석열-이재명 구도를 한동훈-이재명 프레임으로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바람을 일으키며 윤석열-조국 프레임이 가세했다. 정권심판론이 다시 부각됐다는 의미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도 국민의힘엔 떨떠름한 대목이다. 야권 강성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어서다.

지역에 따라 여야 강세가 뚜렷한 조직은 호각지세다. 다만 수도권에선 현역 의원이 많고 그래서 더 오래 지역구 관리를 해온 민주당이 살짝 유리하다. 게다가 수도권 유권자 비중이 2002년 46.9%에서 2022년 50.5%로 늘었다. 인물과 전략은 다들 고만고만하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정책·공약은 아무래도 여당 프리미엄이 작용한다. 대통령이 23번의 민생토론회를 열고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 해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 같은 솔깃한 표심 유인책을 내놨다. 한데 살갑게 공을 들이면 뭐 하나. 무리수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는데. 대통령실이 그걸 제대로 시전했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회칼 테러' 겁박은 4·10 총선 최대의 '흙빛 이슈'다. 중도층이 획 돌아섰다. 수도권 표밭을 다지던 국민의힘 후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며칠 새 10%포인트 넘게 지지율이 추락하는 건 처음 봤다." '이재명 방탄' 공천과 내홍으로 점수를 까먹던 민주당이 쏠쏠한 반사효과를 누렸다. 다시 정권심판론(51%)이 야당견제론(36%)을 따돌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정부여당의 수습 능력도 의문부호다. 황상무 수석 사퇴는 일주일간 끌었고, 이종섭 대사의 일방적 귀국은 '민심 강탈 쇼'에 가까웠다. 호주대사 임명 자체가 메가톤급 악수다. 그렇다면 자진 사퇴해 아예 논란의 빌미를 끊었어야 했다. '대파 875원' 구설도 마찬가지다. 한 뿌리 가격이라고? 실드를 치려다 불리한 이슈를 재점화한 꼴이다.

필자는 지난해 8월 'Serendipity는 어느 당으로'란 칼럼에서 '하수들끼리 붙으면 흔히 상대 실책이 승패의 결정적 변수가 되곤 한다'고 썼다. 예상대로 실책이 총선 표심을 흔드는 형국이다. 2주일 남았다. 아직은 모른다. 어떤 돌발변수가 튀어나올지. 어느 당이 '뜻밖의 행운'을 누릴지.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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