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 김채윤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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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1 08:16  |  수정 2024-04-01 08:17  |  발행일 2024-04-01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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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윤<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 담당>

모든 분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 등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의 시대를 맞아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면서 구분이 명확했던 시각 예술분야의 경계 또한 모호해지고 있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할 수 없었던 개념과 정의가 기술의 발달로 상호 연결되고 새로운 플랫폼의 형태로 구현이 되는 일련의 현상들은 비범한 사고와 창의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는 예술가들의 시각을 통해 더욱 심화된다. 초연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의 바탕 위에 예술이 스며들게 되면 우리는 의식적 감상의 범주를 넘어 일상 속 경험으로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에서는 대구경북 최초의 가상미술관인 'OntpiA'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수성아트피아의 기획전시뿐만 아니라 수성 르네상스 프로젝트 미술작품 대여제 사업을 통해 다양한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에 대여된 작품들을 가상의 공간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했으며 NFT 작품의 감상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서로 이어지고 관계가 형성되는 연결은 그렇게 되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가 반영되는 능동적 행위라 생각되는 반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일상 전반에 걸쳐 사회 전체가 연결된 초연결의 범주에서는 이미 규범화된 시스템 안에 분류되고 존재하는 한 개인으로서 수동적 태도를 갖게 만드는 듯하다. 인구감소와 더불어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현상과는 달리 우리는 이미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의 적극적 행동과 노력으로 기술이 진보할수록 그 편의성에 의존해 적극적 행동과 노력을 하지 않는 이들도 생겨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예술과 우리가 연결되는 방법이 쉽고 다양해질수록, 그로 인해 예술과 우리가 보다 더 연결되어 있을수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향유하는 특별함을 발견하게 될지 아니면 그저 일상 속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게 될지는 스스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연결된 공동체로서 기술의 진보가 가지고 오는 변화의 흐름에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연결될수록 모호해지는 경계에서 어떤 모습의 나로서 존재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김채윤<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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