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반추하는 아름다움'의 미학

  • 장윤아
  • |
  • 입력 2024-04-05 07:02  |  수정 2024-04-05 07:03  |  발행일 2024-04-05 제26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국민 애송시로 유명한 나태주의 '풀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예술 작품을 오래 반추할 시간이 없다. 예민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바쁘고 날카롭다. 내 일상을 안온하게 지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지친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에 숨겨진 속뜻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사유하는 건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친다. 이런 모습을 두고 인터넷 세상 속에서는 국제 전화의 한국 국가번호에 빗대어 '+82(빨리)의 민족'이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과 같은 짧은 형태의 영상 콘텐츠인 '쇼트폼'의 시대가 도래한 현대사회는 짧고 자극적인 것만을 찾게 한다. 길어야 10분 이내인 영상에 익숙해지고, 집중력도 함께 짧아진다. 또 도파민 분비를 폭발하게 하는 '고자극 콘텐츠'는 소비·감상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게 만든다.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다.

예술 작품의 속뜻과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겉모습과 기술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한다. 잭슨 폴록의 'No. 5'나 마르셀 뒤샹의 '샘'을 보고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 예술 하기 쉽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작품을 곱씹어 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만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통계청의 '문화예술 시설 수'와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성행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로 시설 수는 '상향곡선', 관람 횟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예술 작품의 접근성은 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미술관이나 공연장보다는 방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선호하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자극적이고 단순한, 짧은 콘텐츠는 소비자로 하여금 '일차원적 쾌락'에 머물게 한다. 이러한 쾌락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이성보다는 본능에 지배받는 삶을 살게 된다. 사유하고 성취하는 등 성취감과 사회적 인정에서 오는 고차원적인 수준의 쾌락은 더 깊고 지속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뇌는 새로운 생각을 할 때마다 새로운 뇌 신경 체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하기가 '습관화'돼 있지 않다면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숙한 인격체가 되기 위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장윤아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