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무장병원 불법 척결 위해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해야

  • 이태득 대한노인회 대구수성구 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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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0 08:34  |  수정 2024-04-10 08:36  |  발행일 2024-04-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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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득 (대한노인회 대구수성구 지회 부회장)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50만명을 넘어섰다. 곧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생산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노인의료비는 급증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진료비는 2022년 약 45조원으로 이는 국민 전체 진료비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노인진료비가 매년 급증하고 있어 은퇴 후 소득은 줄고 병원 가는 횟수는 늘고 있는 노인 중 한 명으로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다행히 건보공단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사경'이란 전문성을 요하는 특수 분야의 범죄에 한해 행정공무원 등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약국(이하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을 적발·수사하기 위해서다.

사무장병원은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면허를 빌려 불법으로 개설·운영하는 병원, 약국 등을 말한다. 환자의 권익과 치료보다는 주머니 채우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항생제 과잉 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요양병원 내 환자(노인) 방치 등 불법행위를 자행해 질병을 악화시키는 등 노인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건보 재정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2018년 밀양 요양병원의 화재로 47명의 사망자와 14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무장병원의 사례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의 불법행위는 날로 교묘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이 최근 14년 동안 약 3조4천억원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이 중 공단에 회수된 금액은 6.7%인 2천282억원에 불과하다.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는 것도 모자라 결국 최종 피해가 국민들에게 되돌아온다니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문제는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을 적발해도 수사권이 없어 경찰 수사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강력사건, 민생범죄를 우선할 수밖에 없어 그사이 국민들은 위험천만한 의료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불법 개설자들은 잠적, 재산을 은닉해 환수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건보공단은 계좌 추적이나 관련자 조사 등을 신속, 정확하게 할 수 있어 수사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조기에 사무장병원을 적발, 퇴출시켜 국민 건강을 지키고 연간 약 2천억원 정도의 건보 재정 누수 차단과 함께 우리가 내고 있는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오남용 등 공단에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특사경'의 수사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이러한 문제는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건보공단은 10년 넘게 사무장병원 적발과 환수업무를 수행해 얻은 풍부한 경험이 있다. 의사, 수사전문가 등 2천500여 명의 전문인력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감지시스템' 운영 등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춘 공공기관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적극 지지하고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 임기 내 반드시 통과되길 염원한다.

이태득 (대한노인회 대구수성구 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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