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은도서관 산책

  • 임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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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6 08:18  |  수정 2024-04-16 08:18  |  발행일 2024-04-1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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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소설가>

여행지나 일상에서 동네 산책 겸 작은도서관을 둘러본다. 작은도서관은 공공 도서관으로서 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다양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과 소통한다. 독서 문화 운동이 확산되면서 동네마다 꾸준히 늘어 현재 전국에 7천460여 개 관(작은도서관 통합 홈페이지)이 등록되어 있다.

작은도서관과 일반 도서관은 규모나 서비스 면에서 차이가 있다. 작은도서관은 공간 33㎡, 장서 1천 권, 그리고 열람석 6석이라는 기본적인 설치 기준을 법으로 규정해 최소한의 기준으로 도서관을 시작할 수 있다. 대규모 서가를 보유한 일반 도서관과 달리 장서 수가 적고, 주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에 맞는 책들을 비치하는 편이다.

서비스 면에서 일반 도서관이 교육이나 학술적인 자료 제공 등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작은도서관은 지역 주민의 성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 교육,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구성원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은 지역 사회와 협력을 통해 지역 문화와 관련된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기 위해 문학 강연, 독서 모임, 문화예술 공연의 장을 마련하고 도서관 내에 전시 공간을 만들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지역 예술을 성장시키고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를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도시를 여행하다 일반적인 도서관과 다른, 새로운 콘셉트의 작은도서관을 만나면 흥미롭다. 소설과 시 등 문학 관련 서가로 이루어진 문학 도서관뿐 아니라 그림책 도서관, 건축 도서관, 만화 도서관, 사진 도서관, 역사 도서관, 영화 도서관 등 특색 있는 곳이 많다. 이러한 도서관이 지역에 늘면 공간의 특수성으로 찾아가는 즐거움이 커지고 독서 인구 확대에 기여하리라 본다. 무엇보다 문화 공간이기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가능성의 공간으로 꿈이 자라는 곳이다. 도서관을 찾는 이가 부유하든 가난하든, 나이가 많든 적든, 몸이 건강하든 불편하든, 아무런 제약 없이 공평하게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다. 열린 시스템으로 누군가의 꿈을 격려하고 도와주는 고마운 곳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지역 사회는 지금보다 나아지리라 기대된다.

집 앞 작은도서관에 들렀다가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이의 모습을 보면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궁금하다. 슬며시 그들의 옆을 지나치며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모두 잘되길 바랍니다. 잘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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