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패브릭, 인류 창의력의 역사 '직물' 그 여정은…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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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9 07:58  |  수정 2024-04-22 16:14  |  발행일 2024-04-19 제17면
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이유림 옮김/민음사/536쪽/2만2천원
세상을 만들어낸 패브릭 문명사
화학 발전에 영향 준 염색 공정
수천년 걸친 개량·혁신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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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포스트렐이 쓴 '패브릭'은 인류 문명을 담고 있는 직물에 대해 조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직물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존재다. 잠잘 때 이용하는 침구도 직물을 이용하고, 늘 입고 다니는 옷도 결국 직물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단어 중에서도 직물에서 유래된 것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날조하다(whole cloth)' '철저한(dyed in the wool)' 등은 직접적으로 직물이 포함된 단어다. 그렇다 보니 직물이 우리 생활을 바꿔놓았고,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술'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문명의 탄생에 있어서도 농경, 바퀴, 문자는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직물은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직물은 인류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농업은 식량뿐만 아니라 섬유 수확 과정에서도 발전했다. 대항해시대 이후 바다를 다니던 유럽인에게 직물과 염료는 금과 향신료 못지않게 귀한 상품이었다. 산업혁명도 결국 실을 잣고 천을 짜는 기계에서 시작됐다.

패브릭

이 책에선 우리 세상을 만들어낸 직물의 문명사를 들여다본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직물의 역사는 곧 인류 창의력의 역사다"라고 말한다. 그는 문명이라는 구조에 새겨진 직물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인류 공동의 경험과 기억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직물이 만들어지는 여정에서의 각 단계를 살펴본다. 섬유, 실, 직물, 염료 등 직물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시작해 직물과 관련된 상인, 소비자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섬유를 얻기 위한 노력은 선사시대에서 시작했다. 천을 짤 만큼의 실을 만드는 건 야생식물에서 채취한 섬유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에 초기 인류는 동물과 식물의 번식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 결과 양은 두꺼운 털을 지니게 되고, 아마는 섬유질이 풍부하게 된다. 목화는 한해살이 작물이 되어 추운 지역에서도 자란다. 울, 리넨, 면은 수천 년에 걸친 개량과 혁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선 직물 원료나 제작자, 시장 등 문명의 특성이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요소도 조명한다. 저자는 '천연 재료'로 불리는 섬유 뒤에 가려진 인류의 지혜를 짚어본다. 또 방적기가 어떻게 경제혁명을 촉발했는지도 살펴본다. 직물과 수학의 깊은 연관성과 화학적 지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염료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염료 제조법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면서 염색 공정은 화학 발전에도 영향을 준다. 19세기 후반 염료 제조 기업들은 사업 분야를 살충제, 합성고무, 제약 등으로 다각화해나간다. 무역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공학의 필수적 역할, 세상을 분열시키는 직물을 향한 욕망, 직물 연구가 순수 과학자를 매료한 이유 등도 분석한다.

저자는 직물이 인류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보호에 대한 필요, 명예를 향한 욕망, 장식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인간의 특성을 직물이 모두 구현해낸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보편성은 특수한 것을 통해 비로소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한 것은 발명가, 예술가, 노동자들의 성취, 과학자와 소비자의 열정, 탐험가와 사업가들의 진취성이다.

저자는 "직물에는 과거와 현재 모두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호기심 넘치고 영리하고 무언가를 추구하는 전 세계 남녀의 업적이 숨어 있다"라며 "이 유산은 특정한 국가, 인종, 문화나 어떤 시대 또는 공간에 속해 있지 않다. 축적되고 공유된 이 모든 것은 우리 인류의 이야기이며, 아름다운 실들이 수없이 엮이며 만들어진 태피스트리"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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