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현대판 하마평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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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9 07:02  |  수정 2024-04-19 07:03  |  발행일 2024-04-19 제27면

하마평은 말(馬)에서 내린 관리들이 업무를 보는 사이 하마비(下馬碑) 앞에 남은 마부끼리 잡담을 나눈 데서 유래됐다. 마부들의 쑥덕공론 속에 그들이 모시는 상전이나 주인의 인사이동, 승진 등에 관련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마비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석비(石碑)다. 조선 태종 재위 때인 1413년 종묘와 궐문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標木)을 세워놓은 것이 하마비의 효시다. 이후 지방관아와 성현고관의 출생지, 문묘에도 하마비가 세워졌다.

조선시대 하마평이 마부들의 입방아였다면 오늘날의 하마평은 고도의 레토릭이자 정치행위다. 자천(自薦)으로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평소 친분 있는 기자나 언론사 간부를 동원하는 '셀프형'이다. 찔러보기, 간보기 하마평도 있고 사전 여론 검증을 위해 정보를 슬쩍 흘리는 방식도 있다.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유력 검토설'이 딱 그렇다. 보도 4시간 뒤 대통령실은 공식 부인했지만 실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실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끈끈한 사이다. 박 전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 시절 검사 윤석열과 인연을 맺었고 양 전 원장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친윤 인사 낙점으로 유턴하는 건 나쁜 시나리오다. 벌써 장제원 비서실장설이 무게감 있게 나돈다. 신임 총리, 비서실장 임명은 협치의 시금석이다. 야당과 대화 채널을 만들고 협의하는 건 어떤가.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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