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일본의 새 지폐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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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07:10  |  수정 2024-04-22 07:12  |  발행일 2024-04-22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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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일본에는 오는 7월3일 새 지폐가 나온다. 1천엔권, 5천엔권, 1만엔권 등 세 종류다. 이 지폐에는 꼼꼼하고 철저한 일본인의 장인정신과 국민성이 깃들어 있다. 이들 지폐는 일본국립인쇄국에서 제조하는데 그곳에선 특별한 용지 '미츠마타시'라는 일본 전통지를 쓴다. 일본은 다른 나라처럼 질긴 면이나 폴리머를 쓰지 않는다. 이 종이는 삼지닥나무와 몇 가지 펄프를 섞어 만든 것으로 매끈하고 빛이 나며, 약간 가무스름하고 노르스름한 자연 그대로의 색깔을 띤다. 감촉이 좋아 일본인들은 이것으로 만든 지폐를 좋아한다. 위폐는 감촉부터 달라 대번에 알 수 있다.

문제는 용지생산에 든 공과 돈에 비해 지폐의 수명이 짧은 것이다. 1만엔권은 4~5년, 5천엔권·1천엔권은 1~2년밖에 못 쓴다. 우리나라에선 현찰로 거래하는 비율이 6%인데 반해 일본은 60%나 된다.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지폐를 찍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평균 30억 매의 지폐를 찍어내야 하는데 한 매의 두께가 0.1㎜가 되니 일 년 생산치를 쌓으면 높이가 300㎞나 된다. 올해는 이보다도 더 찍어야 한다.

그런데 일본에선 거둬들이는 삼지닥나무 닥은 한계가 있다. 지폐용지 조달회사는 그 닥나무의 원산지가 히말라야인 것을 알고 장차 에베레스트 산록에서 이 닥나무를 재배하려고 했다. 그런데 네팔에 가 보니 그것과 거의 같은 닥나무가 히말라야 산록에 자생하고 있었다. 페르시아만 국가로 돈 벌러 가려던 많은 네팔인들이 지금은 고향에서 닥 일을 하고 있다. 닥을 쪄서 벗겨내고 두들기고 당기고 건조시키는 일이 그들의 생업이 되었다.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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