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지역을 죽이는 기성세대의 정치적 선택

  •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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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07:10  |  수정 2024-04-22 07:13  |  발행일 2024-04-22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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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경북대 경상대학의 50대 A 교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노라면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도서관에 가면 가슴이 갑갑하다"고 했다. 4년 동안 공부하는 학생들이 졸업하면 서울과 수도권으로 떠나고, 그들이 고생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A 교수가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대기업에 입사하더라도 서울에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을 형편이 안되므로 경기도 어느 외곽 도시에 전세를 얻어서 왕복 4시간의 출퇴근 고통에 시달릴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필자도 그의 이야기에 동의했다.

필자 주변의 50대 아버지 B씨는 서울 소재 명문대 생명공학과에 진학한 딸에게 매월 100만원가량을 송금한다. 요즘엔 하숙집이든 기숙사든 주말에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식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경북대 인근 식당 가격이 7천~8천원인데 서울은 그 이상을 넘어섰다. 과외를 하고 싶지만, 과외는 의대생에게 몰리면서 '하늘에 별 따기'. 그래서 B씨는 딸이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아버지로서 미안해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50대 아버지 C씨는 아들이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반지하 방값 월 55만원에 생활비, 책값 등을 합쳐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을 아들에게 보낸다. 등록금까지 감안하면 매월 200만원 선이다. 등록금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부담되기는 C씨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너도나도 자녀들을 서울로 보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녀들은 서울 소재 대학으로, 대구경북에서 대학을 졸업한 자녀들은 서울 소재 기업으로 떠난다. 서울 수도권에 사람들이 몰림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지방은 서울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고, 높은 전세가를 유지시켜 주는 호구가 되었다. 대신 사람이 살기 싫어하는, 미래를 잃어버린 지역으로 변했다.

수도권 집중, 지역소멸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구조를 심화시키고 고착화하고 있는 게 현재의 정당체제이다. 지역을 죽이고 다음 세대를 죽이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낮고 청년유출이 심한 도시임에도 정치적 선택은 바뀌지 않는다.

지난 4·10 총선을 보면, 기존 정당의 태도와 기성 어른들의 정치적 선호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총선용 10대 정책 목록 가운데 지역과 관련한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지역 만들기'를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①지역의료 격차 해소 ②지역경제 활력 기반 구축 ③함께 누리는 문화생활 기반 마련 등 3개의 목표가 제시돼 있다. 지역경제와 관련한 구체적 정책은 '지역 기회발전 특구로 이전하는 중소기업 상속세 면제' '세컨드 홈 활성화 대책을 비수도권 모든 비도심 지역으로 단계적 확대'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대폭 확대' 등 세 가지뿐이다. 미시적이고 지엽적이다. 지역산업의 지향점도 보이지 않는다. 지역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지역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이 대구 경제에 대한 정책을 보면, 정책의 현실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제대로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기성 어른들은 국민의힘에 무한 신뢰에 가까운 투표 성향을 보였다. 국민의힘 후보가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그의 공약은 무엇인지를 알고나 투표했을까. 그것도 30년 이상 일방적인 사랑을 쏟았다. 이런 정치적 선택이 오히려 대구 경제를 죽이고 청년 유출을 심화시키는 단초가 되지 않았을까.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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