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이어온 세 가문 우애 모임 '강선계'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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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3 08:07  |  수정 2024-04-23 08:10  |  발행일 2024-04-23 제20면
옥산 전씨·아산 장씨·밀양 박씨
고려말 동서지간 친목모임 시작
명명 100주년 맞아 100년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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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옥산 전씨 등 문중 관계자들이 대구시 수성구 고산노인복지관 4층 수성홀에서 계모임을 하고 있다. <강선계 제공>

고려 말부터 700여 년을 이어온 계모임이 화제다.

'강선계(講先契)'라는 이름의 이 모임은 옥산 전씨(玉山全氏), 아산 장씨(牙山蔣氏), 밀양 박씨(密陽朴氏) 세 문중 후손들이 만든 것이다. 매년 음력 4월 10일 각 문중이 번갈아 가며 대구시 수성구 고산동에서 모임을 개최한다.

세 문중 간 인연은 고려 말 판밀직사를 지낸 전의룡의 두 딸이 각각 동래부사 장흥부와 대사헌 박해에게 시집을 가면서 시작됐다. 세 가문은 경산시 인근에 거주하며 더욱 돈독해졌다. 한 가문에 장가든 동서지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우의를 돈독하기 위해 결성한 친족계가 모임의 출발이다.

이번 강선계 10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20일 대구시 수성구 고산노인복지관 4층 수성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선계에는 세 성씨 대표 강선계 회장인 아산장씨 장환성(91)씨, 전씨 중앙종친회장 전종득(86)씨, 밀양박씨 대사공파 회장 박정철(69)씨를 비롯한 옥산전씨 39명, 아산장씨 70명, 밀양박씨 73명 등 총 200여 명이 참석했다. 내빈으로 전영태 수성구의회 의장이 참석했으며,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박상웅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국회의원이 축전을 보내왔다.

식전 행사에서 모임의 역사를 담은 책 '강선계 100년사'(편집위원장 박경해)의 출간 기념식을 했다. 식사 후 이창언 영남대 문화인류학 교수, 구본욱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강선계의 역사적 의의와 내용'에 대해 강의를 펼쳤다. 참석자들은 육신사를 찾아 절의를 지킨 선조를 참배한 후 행사를 마무리했다.

장환성 강선계 회장은 "1923년 12월 기암 김헌주 공이 강선계 규약과 서문을 찬술, 비로소 강선계로 명명돼 발족했다. 세 가문의 후손들은 100주년을 맞아 문중 문화와 혈연을 더욱 공고히 하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언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14세기에 혼인으로 맺어진 친족 관계가 17세기 이후 변화한 친족 관행에 의해 그 의미가 크게 쇠퇴한 상황에서도 모임을 지속해 왔다"며 "부계친족의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조선 후기는 물론이고, 전통적 친족 관념과 가족의 구성과 형태 및 관계가 크게 약화한 현대사회에서도 지속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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