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세계 책의 날

  •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 |
  • 입력 2024-04-23 06:56  |  수정 2024-04-23 06:58  |  발행일 2024-04-23 제22면

2024042201000759100032191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오늘은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자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축제일 '세인트 조지의 날'이 4월23일인 데서 유래했다. 이 기념일은 독서, 저술, 출판 활동을 장려하고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등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고무시키는 데 그 취지를 두고 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필자에게 책은 안식처이자 멘토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스승이 피, 땀, 눈물 이 세 가지 액체라고 하는데 먼저 인생을 살아간 작가가 삶 앞에서 엎어지고 자빠지며 쏟은 피, 땀, 눈물로 체득한 지혜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으니 독서가 멘토링이 되는 셈이다. 작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재미도 쏠쏠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고민하던 문제와 유사한 경험이나 작가의 통찰을 발견하면 반갑다. 우리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는 법조인이 기고한 칼럼 모음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일반인으로서는 접하기 드문 법정 내면의 사무치는 사연들과 복잡미묘한 인간적인 감정선을 솔직담백한 필치로 써 내려간 고백을 읽으며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교육 수도, 문화 도시 대구에는 청년과 어린이들의 독서와 글짓기 활동을 장려하고 소통하는 단체 또한 적지 않다.

세계 책의 날인 오늘, 책을 매개로 '인생 선배'와 '청년 후배'가 인연을 맺고 소통하는 비영리단체 책연(冊緣)의 행사가 대구시청년센터 '활동그래'에서 진행된다. 책으로 마음을 잇는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책 한 권씩을 건네며 멘토와 멘티의 인연을 맺는다. 가슴 벅차게 와닿았던 구절에 밑줄을 치고 꼭꼭 접은 종이 모퉁이가 그대로 남아있는 자신의 책을 멘토 선배가 멘티 청년에게 건네며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기를 응원한다. 청년들 역시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이며 진로, 연애, 결혼 등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등 진실한 마음들이 오고 간다.

오는 목요일(25일)은 시인 이상화와 소설가 현진건이 동시에 타계한 날로 새마을 문고가 선포한 '대구 책의 날'이다. 독립운동가이며 시인인 이상화와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 현진건을 기리기 위해 새마을 문고는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어머니의 웃음' 등 작품 낭송, 현진건의 'B 사감과 러브레터' 낭독회를 곽병원 문화 강당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화 생가터의 복합문화공간에서도 같은 날 '이상화, 현진건 선생의 81주기 추념 문화제'를 개최한다. 이상화가 보고 자랐을 수령 200살의 라일락 나무가 있는 카페인 이곳은 평소 북콘서트, 연주회, 미술 강습 등 문화 활동 공간을 제공하여 지역 문인들과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책과 예술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삼삼오오 모여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있다는 건 대구가 가진 독특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준비한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들을 시민들이 함께 즐겼으면 한다.

서두에 언급한 스페인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 중 돈키호테와 산초의 대화를 소개하며 기쁘고 슬프고 때로는 힘겨운 삶의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견디지 못할 슬픔을 견디고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것, 이것이 나의 여정이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