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서점(書店)

  • 이창호
  • |
  • 입력 2024-05-08 06:52  |  수정 2024-05-08 07:03  |  발행일 2024-05-08 제27면

'지식의 보물 창고'인 서점(書店)은 조선시대엔 없었다. 민간에서 책을 사고파는 게 엄격히 금지됐다. 이는 권력과 부를 독점한 사대부 계층의 뜻이었다. 일반 백성이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다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척박한 시대에도 선각자는 있는 법. 조선 중종 24년 대사간 어득강(魚得江)은 서점을 세우자고 임금에게 직언했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그는 "서점을 세운다면 서로 책을 사고팔면서 유구히 돌려가며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님을 안 임금은 논의에 부쳤으나 이내 벽에 부딪혔다. 삼공(三公,영의정·좌의정·우의정)이 완고하게 반대했다. '서점을 세우는 일은 명목(名目)이 글을 숭상하는 것 같아 좋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풍속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중종실록에 나와 있는 그들의 반대 이유다. 옹색하기 짝이 없다. 결국 19세기 말이 돼서야 우리나라엔 서울을 중심으로 책 가게가 잇따라 등장했다.

'독서 왕국'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오프라인 서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현지 신문 보도가 최근 있었다. 기초지자체 절반가량엔 서점이 아예 없거나 1곳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정부가 지역 서점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묘안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프라인 서점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오죽하면 '지역 서점 소멸 위험지수'라는 신조어까지 있겠나. 책 읽는 이가 급감하니 서점이 견뎌낼 재간이 없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갈수록 책을 외면하고 있다. 반면 초·중·고교생 독서율은 늘고 있다.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우리 어른들이 들어야 할 판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이창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