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경북의 중심 조문국에서 즐기는 힐링여행 .2]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의성조문국박물관

  • 김봉규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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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9 07:53  |  수정 2024-05-09 07:53  |  발행일 2024-05-09 제14면
상상·모험·체험 즐기는 고대 왕국으로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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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고분 374개 정도가 자리하고 있는 의성금성면고분군 내 경덕왕릉. 고분들은 4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인공이 확인된 고분은 1호 고분인 경덕왕릉 하나뿐이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즐길 거리는 전시 유물 관람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체험 공간을 비롯해 어린이들을 위한 상상놀이터, 여름 인기 놀이터인 물놀이장 등 체험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붐비는 이유다. 또한 다른 박물관에는 없는, 의성조문국박물관에 가야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있다. 박물관 부근 374기의 크고 작은 고분이 모여 있는 거대한 의성금성면고분군(조문국사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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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본관 동편에 있는 의성상상놀이터. 숨겨진 고고 유물 찾기와 놀이 시설에서 다양한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주말·방학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가족문화체험실'은 박물관 본관 옆 민속유물전시관 1층에 마련되어 있다. 의성의 역사와 유물을 소재로 한 체험키트를 활용해 가족이 함께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조우형 금동관과 금동관모 모형 퍼즐 맞추기를 비롯해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입체 퍼즐, 토기와 도자기 유물에 표현된 오리나 용 모양의 톡톡블록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만들기 체험키트가 준비되어 있다.

올해 새롭게 기획한 프로그램 '주말엔 박물관'도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가족문화체험실에서 일반체험과 역사체험으로 구분하여 진행하고 있다. 매월 1~3주에는 일반체험을 운영하며, 마지막 주에는 역사체험이 진행된다. 일반체험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만들기를 하고, 역사체험은 전문 강사가 의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의를 한 후 관련된 만들기 체험을 한다. 참가 신청은 일반체험은 선착순 당일 현장 접수로 신청하며, 역사체험은 의성군 평생학습사이트(www.usc.go.kr/reserve)와 전화(054-830-6918)로 사전 신청할 수 있다.

방학 기간(1월과 8월)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만들기 교실'을 6세부터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만들기 체험 주제를 정해 각 6회씩 운영하고 있다.


본관 동편에 '의성상상놀이터' 운영
아이들 맘껏 뛰어놀고 독서·휴식도

대리리 2호분 내부 재현 고분전시관
당시 매장풍습·생활상 엿볼 수 있어

박물관 부근엔 사적지 금성면고분군
공원처럼 꾸며 둘러보면 특별한 감흥



박물관 본관 동편에 있는 '의성상상놀이터'는 휴관일인 월요일만 빼고 매일 운영된다. 1층에는 '고대의 성'과 '모험의 성', 2층에는 '쉼의 성'과 '자연의 성'이 있다.

'고대의 성'에서는 숨겨진 고고유물 찾기와 발굴 유물을 보존하는 방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공룡화석 발굴 놀이 등을 할 수 있어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모험의 성'은 에어포켓과 정글짐, 폼큐브 쌓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모험의 성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2층에 올라가 북카페 '쉼의 성'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옥상에는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쉴 수 있는 공간(자연의 성)도 마련되어 있고, 고분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상상놀이터(모험의 성) 이용객은 전화(054-830-6905)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상상놀이터 앞 물놀이장도 인기를 끄는 곳이다. 특히 방학 기간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운영 기간은 매년 7월 초~8월 중순까지다.

◆374개 고분군…멋진 야간 경관도

의성조문국박물관 부근의 조문국 사적지인 의성금성면고분군은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볼거리가 된다. 고대 왕국의 고분들을 중심으로 공원처럼 꾸며 놓은 사적지를 둘러보며 특별한 감흥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성금성면고분군은 의성의 동남쪽에 있는 금성산 아래 펼쳐진 구릉지에 자리하고 있다. 고분들은 의성군 금성면의 대리리와 탑리리, 학미리 일대에 분포되어 있는데, 374개의 고분이 확인되었다. 발굴 전문기관에 의해 총 7회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고대 왕국 조문국의 실제 고분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분군에는 크고 작은 고분 374개 정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 고분들은 4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고분 중 주인공이 확인된 고분은 1호 고분인 경덕왕릉 하나뿐이다. 높이가 8m, 둘레가 74m 되는 규모다.

이 경덕왕릉과 관련해 흥미로운 전설이 전하고 있다. 500여 년 전 조문 마을 사람들이 많은 옛 무덤 중 가장 큰 무덤 속을 몰래 파헤쳐 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 이웃에 사는 오극겸(吳克謙)이 이를 알고 놀라 꾸짖고는 무덤을 보수해 복구했다. 그날 밤 오극겸이 꿈을 꾸었는데 꿈에 범상치 않은 옷을 입은 노인 한 분이 나타나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조문국 왕의 일을 누구와 의논할까(召文王事與誰論)/ 천 년이 지난 오늘 경덕왕 무덤만 남았구나(千載猶存景德墳)/ 비봉곡조는 없어지고 사람도 볼 수 없으며(飛鳳曲亡人不見)/ 조문국의 거문고는 사라지고 그 소리마저 묘연하네(召文琴去香難聞)'

이 전설은 조선 영조 때 전국 읍지를 종합해 정리한 '여지도서'(1760년) 고적(古跡)조에 기록되어 있다. 미수 허목의 문집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먼 옛날에 한 농부가 외밭(瓜田)을 마련하기 위해 작은 언덕을 갈던 중,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큼직한 구멍이 나타났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들어가 보니 돌로 쌓은 석실이 나타났다. 석실의 둘레에는 금칠이 되어 있었고 가운데는 금소상(金塑像)이 있는데, 그 머리에 쓴 금관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농부가 욕심이 나서 금관을 벗기려 하였더니 그만 농부의 손이 금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날 밤 의성군수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이르기를 "나는 경덕왕이다. 아무 곳 아무 데 와서 살펴보고 이 무덤을 개수 봉안토록 하여라"고 말했다. 이튿날 곧 이곳을 발견하여 봉분을 쌓고 관리하였다고 한다.

경덕왕릉 옆에는 조문국 고분전시관이 있다.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을 활용해 그 내부 모습을 재현한 고분전시관이다. 인골과 토기, 장신구 등의 출토 유물과 출토 상태, 순장 문화 등을 통해 당시의 매장 풍습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고분 내부의 모습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관이다. 대리리 2호분에서는 도기와 토기 555점, 금석류 172점, 옥석류 5점 등 732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 사적지에는 고분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 여러 갈래로 이어져 있다. 곳곳에 작약, 유채, 모란, 구절초, 튤립 등을 심은 꽃밭이 조성돼 있어 철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고분군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세운 정자 조문정(召文亭)이 있어 정자에 올라 고분 대부분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한편 사적지 전체에 경관 조명시설을 해 해가 진 이후에는 멋진 야간 경관이 펼쳐진다. 커다란 고분들이 조명과 어우러지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윽하고 고풍스러운 풍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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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국 고분전시관.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을 활용해 그 내부 모습을 재현한 고분전시관이다.

◆천년의 지난 자취 찾아볼까

날씨 좋은 평일 봄날, 방문객이 거의 없는 고요한 고분군을 한가하게 거닐어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20여 분 동안 고분 사이 곳곳을 산책하며 고대 왕국의 세계로 스며들 수 있었다. 큰 고분 아래 후대에 개인의 유골을 묻은 것으로 보이는 작은 무덤이 몇 군데 보이기도 했다. 명당으로 생각하고 부모의 유골을 그곳에 매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조성된 꽃밭의 유채나 작약 등이 꽃을 피우지 않은 때였는데, 이 꽃들이 만발하면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선물이 될 것 같았다. 큰 나무 아래 곳곳에 벤치도 마련돼 있어 더운 날에는 벤치에 앉아 쉬어가며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경덕왕릉을 지나 고분전시관에도 들어가 보았다. 고분 발굴 현장을 활용한 이곳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문정에 올라 전체 고분군을 조망해 보았다. 조문정에는 조문국을 소재로 읊은 옛날 시와 안내문들이 게시되어 있다. 게시된 여러 편의 시 중 지은이를 모르는 작품 '조문의 모란(召文時牧丹)'을 소개한다.

'천년의 지난 자취를 어디에서 찾을까(往跡千年何處尋)/ 모란 한 그루가 궁터 숲에 기대었네(姚黃一樹托宮林)/ 꽃은 옛 나라의 번화한 색을 머금고(花含故國繁華色)/ 뿌리는 지난 왕조의 기르던 마음을 품었도다(根帶前朝培植心)/ 달콤한 향기 없음은 절조를 지키는 듯(香漏密科疑節保)/ 두견새보다 붉은 빛깔은 원망이 깊은 듯(光猜鵑血若寃深)/ 옮겨 심으면 곳곳마다 시들어 죽으니(移來處處聞枯死)/ 기이한 일이 지금까지 옷깃을 여미게 하네(異事如今爲整襟)'

글=김봉규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 : 의성조문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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