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경북의 중심 조문국에서 즐기는 힐링여행 .3] 지붕없는 박물관, 의성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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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3  |  수정 2024-05-23 07:55  |  발행일 2024-05-23 제14면
조문국박물관 밖에도…쉼 없이 펼쳐지는 문화·자연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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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지역의 대표적 양반사대부 가옥인 소우당의 연못 정원. 소우당은 소우(素宇) 이가발의 형인 운곡(雲谷) 이희발이 영월 부사로 재직하던 때에 지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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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빙계서원은 김안국과 이언적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의성읍 장천(長川·현 남대천 상류) 위에 처음 세웠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의 또 하나의 큰 장점은 근처에 누구나 좋아할 문화·자연 유산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양반 고택들이 많이 남아있는 산운마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의성의 지질과 전통농업수리시설을 흥미롭게 알아볼 수 있는 산운생태공원, 빙혈·풍혈과 빙계 서원이 있는 빙계계곡 등이 부근에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서 6㎞ 정도 가면 산운마을
조선 사대부 반촌 모습 고스란히
아이들과 체험학습 생태공원까지

춘산면엔 신비한 현상 빙계계곡
예로부터 '경북 팔승'으로 꼽혀
의성 곳곳 국가지질공원 명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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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빙계팔경 중 하나인 빙산사지 오층석탑.

◆산운마을

산운마을은 의성조문국박물관에서 동쪽으로 6㎞ 정도 가면 나온다. 금성산(531m) 남쪽에 자리한 산운마을은 마을 앞으로는 쌍계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풍수 명당이다. 산운마을은 영천이씨가 조선시대 450여 년 동안 집성촌으로 일궈오면서 인재를 다수 배출, '대감마을'로도 불리었다. 조선 선조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鶴洞) 이광준(1531~1609)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을 일구어 갔다. 이후 3대에 걸쳐 5명이 연이어 대과에 급제하고, 승지를 지낸 경정 이민성과 형조판서를 지낸 운곡 이희발 등을 배출하며 명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지금도 영천이씨 후손들이 살고 있는 산운마을은 오랜 시간과 함께 적지 않게 변했지만, 조선 사대부들이 살던 반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영천이씨의 큰 종택인 경정종택, 작은 종택인 자암종택(紫巖宗宅), 마을을 대표하는 세 분의 제사를 모시는 학록정사(鶴麓精舍), 그리고 그 후손들이 세운 점우당(漸于堂)·운곡당(雲谷堂)·소우당(素宇堂) 등 전통 한옥이 즐비해 옛날 전통 마을의 분위기와 멋을 잘 간직하고 있다. 학록정사는 이광준을 추모하기 위해 1750년에 지은 정사로, 그의 아들 경정(敬亭) 이민성과 자암(紫巖) 이민환의 위패를 함께 모시고 있다. 이 마을의 대표적 고택으로 연못이 있는 정원을 갖춘 소우당은 항상 개방되어 있어 고택과 옛 정원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의성지역의 대표적 양반사대부 가옥인 소우당은 소우(素宇) 이가발의 형인 운곡(雲谷) 이희발(1768~1850)이 영월 부사로 재직하던 때에 지은 건물이다. 안마당을 중심으로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 일자형 대문채가 큰 ㅁ자형을 이룬다. 사랑채 옆의 중간 문채를 통해 안채로 출입하도록 되어 있다. 사랑채는 정면 다섯 칸, 안채는 정면 여섯 칸 규모, 본채 서쪽에는 별도의 토담을 두른 넓은 공간에 별서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의 중앙부에 안사랑채 또는 별당이라 부르는 건물을 두고, 그 남쪽에 연못과 산책하는 길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소나무, 매화나무, 단풍나무, 배롱나무 등의 나무를 식재한 숲이 조성되어 있다. 안채와 사랑채에서 출입하도록 협문을 두 군데 달아두었다. 이 정원은 조선 후기 양반집의 풍류와 운치를 느끼며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소우당의 별당에서 봄 정취 가득한 정원의 멋을 누려본다. 연못에는 잉어가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생기 넘치는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꿩이 노닐다가 놀라 달아나는 모습도 보았다. 매화나 산수유는 꽃이 졌지만, 여름에 꽃을 피울 상사화 새싹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탐스러웠다. 특히 정원 전체의 중심을 잡고 있는 듯한 오래된 측백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수많은 길쭉한 돌들을 곳곳에 세워 놓았는데,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 3대 민간정원(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 영양 서석지)으로 꼽히는 서석지의 다양한 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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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운생태공원. 폐교된 산운초등학교를 활용해 2006년에 개관한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체험과 학습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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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운생태공원. 폐교된 산운초등학교를 활용해 2006년에 개관한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체험과 학습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산운생태공원

산운마을의 산운생태공원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체험과 학습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폐교된 산운초등학교를 활용, 자라나는 세대의 자연학습 및 환경에 대한 가치관 형성을 위해 2006년에 개관한 곳이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옛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산운마을에 위치한 산운생태공원은 의성지역의 지질과 전통수리농업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의성에코센터, 연못과 분수 등을 갖춘 자연학습원, 잔디광장, 쉼터, 산책로, 공룡 조형물 등이 조성되어 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즐기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곳이다.

의성에코센터는 산운생태공원 생태관을 리모델링 해 2023년 3월에 재개관한 곳이다. 지질공원센터, 의성전통수리농업 홍보전시체험관, 생태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질공원센터는 12개소의 지질명소를 가지고 있는 의성국가지질공원에 관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진과 화산 활동, 생명의 기원과 지구의 탄생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영상관에서는 화산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진화해 나가는 생물들에 대한 다양한 영상들을 볼 수가 있다.

의성전통수리농업 홍보전시체험관에서는 의성지역의 농업환경과 전통 수리농업시스템 구조를 공부할 수 있다. 의성전통수리농업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생태전시관은 다양한 종류의 공룡화석들과 공룡의 연대기를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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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빙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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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

◆빙계계곡

의성군 춘산면에 있는 빙계계곡은 산 경사면에 쌓인 암괴 틈에 저장된 찬 공기가 여름철에 외부의 더운 공기와 만나 물방울과 얼음을 만들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흘러나와 오히려 얼음이 얼지 않는 현상을 보이는 곳이다. 빙혈(얼음 구멍)과 풍혈(바람구멍)이 있어 빙산이라고 하고, 그 산을 감돌아 흐르는 하천을 빙계라 부르게 되었다.

빙계계곡은 경치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경북 팔승(八勝)의 하나로 꼽혔으며, 1933년에는 그 중의 제일인 '경북팔승지일(慶北八勝之一)'로 선정되기도 했다. 계곡 가운데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작은 이 비석이 서 있다. 경북팔승(경북팔경)은 진남교반(문경시 마성면), 문경새재, 주왕산(청송), 금오산(구미), 청량산(봉화), 보경사 청하골 12폭포(포항), 희방폭포(영주), 빙계계곡(의성)이다.

빙계계곡은 1987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빙계계곡의 주요 명소는 '빙계팔경(氷溪八景)'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제1경 빙혈(氷穴), 제2경 풍혈(風穴), 제3경 인암(仁岩), 제4경 의각(義閣), 제5경 수대(물레방아), 제6경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제7경 불정(佛頂), 제8경 용추(龍湫)다. 지역 주민들이 계곡물을 이용해 많은 곡식을 찧던 수대는 없어졌다.

마을 뒤쪽 산비탈에 있는 빙혈은 4~5명이 들어설 수 있는 넓이의 공간인데, 입춘이 지나면 찬 기운이 나오고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입하 후에 얼기 시작해 더울수록 얼음이 단단해진다. 흙비가 오면 얼음이 풀린다. 봄과 가을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으며,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이 봄과 같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빙혈에 들어가니 서늘한 찬 기운이 쏟아져 나와 별천지가 펼쳐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풍혈은 빙혈 바로 위에 있다. 바위 사이의 틈에서 여름이면 찬바람이, 겨울에는 훈훈한 바람이 나온다.

빙혈 근처에 있는 빙계사지 오층석탑이 멋지다. 벽돌 모양으로 다듬은 돌로 만든 모전석탑으로, 비례와 균형이 드러내는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높이 8.15m, 보물로 지정된 귀한 문화재다. 주변 산세와 수목과도 어우러져 탐방객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계곡 가에 있는 빙계서원도 둘러볼 만하다. 1556년 지방 유림이 김안국과 이언적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의성읍 장천(長川·현 남대천 상류) 위에 처음 세웠다. 1576년 '장천(長川)'이라고 사액을 받아 지방 인재교육의 중심이 되었다. 1600년 학동(鶴洞) 이광준이 춘산면 빙계리로 옮기면서 빙계서원으로 개칭했다.

1689년 김성일·류성룡·장현광을 추향(追享)하여 모시고 지방 교육의 일익을 담당했다. 당시 서원에는 동재, 서재, 신문(神門), 충효사(忠孝祠), 명교당(明敎堂), 전사청 등의 건물이 있었다. 그 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해서 1868년에 철거되었다.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으로 2002년 복원을 시작, 2006년에 준공되었다.

2023년 6월 의성군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그리고 빙계계곡과 금성산을 비롯해 안계분지, 쌍호리 퇴적층,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석탑리 누룩바위, 치선리 베틀바위, 점곡 퇴적층,제오리 공룡발자국, 만천리 아리공룡발자국, 구산동 응회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의성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선정됐다. 글=김봉규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의성조문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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