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비싼 작품 ≠ 좋은 작품

  • 박천 시안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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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7 08:08  |  수정 2024-05-27 08:09  |  발행일 2024-05-27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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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얼마 전, 미술계와 관련 없는 오래된 지인과 우연히 만났다. 지인은 본인의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내게 질문했다. "너 미술 하잖아. 내가 며칠 전 아트페어를 다녀왔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에 있는 작품들이 몇천만 원이나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진짜 거기에 있는 작품들이 그만큼 가치 있는 작품들이야?"

지인의 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대변하고 있다. 미술계 종사자라면 이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다른 분들의 답변이 어쩌면 나와는 다를 수 있겠으나, 나의 관점을 말하자면 가치판단에 있어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질문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문화·역사·경제·사회 등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구분된 기준에 따른 가치에 대해 각각 생각해 봐야 한다. 명확한 기준은 예술을 판단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예술의 주관적 영역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측면인 객관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에 있어 공정성과 일관성이 보장되며, 판단의 균형과 근거가 확실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많이 듣는 질문은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혼용돼 있다. 경제적 가치를 결정함에 있어 예술·문화·역사·사회 등의 가치가 함께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 다른 요소들도 작용하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라는 개념과의 등식은 성립될 수 없다.

그럼에도 예술 작품의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를 풀어보자면, 작가의 프로필, 작품의 역사적 혹은 미술사적 의미, 사용된 재료, 심지어 시장 동향까지 많은 것들이 작품의 가격을 형성한다. 그리고 미술시장 또한 판단 기준을 별개로 상정하고 합산하는 방식을 취한다. 게다가 '예술적 가치'는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 결국 가격 형성에 있어 단일한 기준이 없기에 예술 작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정리하자면,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저렴할 수 있고, 점 하나만 덜렁 찍어 놓는 것과 같은 것이 대중의 보편적인 평가를 받지 못해도 가격이 비쌀 수 있다. 이러한 지점을 이해한다면 가격표와 상관없이 예술을 진심으로 감상할 수 있다. 교과서 같은 말 혹은 위선의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예술은 단순한 금전적 가치 평가를 초월한다. 이는 인간의 경험, 역사 및 문화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포괄해 단순한 재정적 지표를 뛰어넘는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랜 지인과 나는 함께 땡땡이치며 놀던 사이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맞장구치며, "그러게. 왜 그렇게 비쌀까?"라고 대답한 후 서둘러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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