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2] 모두의 일상이 작품이 되는 곳

  • 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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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4  |  수정 2024-06-04 08:12  |  발행일 2024-06-04 제20면
"문화로 일상을 바꾼다" 주민 힘모아 권역별 문화거점 확보·운영

방치된 화원우체국 새 생명…우편물 대신 문화 가득한 '문화우체국'으로

문화공간 '다사로운 다사' '문화의 빛 하모니'도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

달성문화재단, 문화도시 플랫폼 역할…문화기획학교 등 주민 전문성 지원

[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2] 모두의 일상이 작품이 되는 곳
달성 화원우체국이 1922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다 1990년대 초 자리를 옮기면서 방치된 곳을 민관이 힘을 합쳐 문화공간인 '문화우체국'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어디로 모여야 할까 하는 걱정이 없어졌어요. 작지만 원하는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거죠. 이런 걸 바로 꿈이라고, 희망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말이죠."

화원역 3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눈에 띄는 건물 하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소박하고 아담하게 꾸며진, 작은 '우체국'이죠.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 우체국, 우리가 아는 그런 우체국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우편 업무를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포나 택배 대신 이곳 주민들의 '문화'가 가득 모이는 곳. 봉투에 담긴 우편물 대신 주민들에게 '문화'를 배달하는 곳. 그리하여 이제는 이곳 달성문화도시의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도 불리는 곳, 바로 '문화우체국'입니다.

이곳은 원래 '화원우체국'이 자리한 곳이었습니다. 1922년부터 문을 연,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죠. 그러다 1990년대 초 우체국이 자리를 옮기면서 그동안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버려져 있던 건물을 새롭게 바꾼 것은 다름 아닌, 이곳의 주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달성군과 함께 '문화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이곳을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바꿔나가기로 결정합니다. 이곳이 '우체국'이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우편물' 대신 '문화'로 가득한 '문화우체국'을 꾸미자는 결정이었죠.

그렇게 모두가 모여 폐자재를 치우고, 페인트칠 하고, 정원을 가꾸면서 이곳을 주민들이 모이는 문화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프로그램들까지 직접 기획하고 선보이기 시작했죠. 이곳을 바꾼 주민 가운데 한 사람이자, 지금도 틈만 나면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박진희 활동가는 그래서인지 이제는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서 말했듯 이제 이곳으로 인해 '걱정' 대신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진심으로 기뻐했죠.

[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2] 모두의 일상이 작품이 되는 곳
주민들이 직접 기획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달성군 화원읍 '문화우체국'.

◆지금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변화

문화로 일상을 바꾼다는 게 이런 걸까요? 텅 빈 우체국처럼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평범한 '일상'을 보다 특별한 '꿈'의 모습으로 바꾸는 것. 그런데 이런 변화는 비단 이곳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달성문화도시 곳곳에서는 이렇게 주민들이 직접 나서 '문화'로 자신들의 '일상'을 바꾸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화원을 비롯한 옥포·논공 지역에 '문화우체국'이 있다면, 다사·하빈 지역에는 한옥을 모티프로 공간을 꾸민 '다사로운 다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특히 다양한 가족 단위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주민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은 어르신부터 아이들, 다문화 가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와 가족을 아우르는 형태로 꾸며져 있죠. 게다가 별도의 온라인 블로그까지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기획한 공연, 전시, 행사들을 상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풍·유가·구지에는 '문화의 빛 하모니'라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화우체국'과 마찬가지로 유휴공간이었던 현풍보건소 방역창고를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바꾼 곳이죠. 이곳 역시 도시와 농촌, 산업단지와 주거단지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젊은 주민들과 농촌에 사는 어르신들이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프로그램들이 중심이 되고 있죠.

가창 지역에서도 이러한 주민들의 활동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특히 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문화휴게소'라는 이름의 여러 거점을 중심으로 예술가와 주민, 그리고 이곳을 오가는 여러 시민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과 축제 등을 진행하면서 일상과 문화를 한층 더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2] 모두의 일상이 작품이 되는 곳
다사·하빈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다문화 가정 체험 프로그램. <달성문화재단 제공>

◆평범한 주민에서 일상을 바꾸는 전문가로

이렇게 달성문화도시에서는 현재 총 네 곳의 권역별 거점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직접 공간을 꾸미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달성문화도시센터'에서는 이와 더불어 주민들의 이러한 '문화거점'을 더 많이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모여 '문화'로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장소를 곳곳마다 늘리겠다는 뜻이죠.

실제로 달성군이 '문화도시'로서 성공적인 첫해를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곳곳마다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 주민들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현재 달성문화도시센터에서는 이들이 보다 전문적인 문화기획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문화기획학교'라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문화도시'를 가꾼 주민들의 역량뿐 아니라, 앞으로 이들이 문화기획자로서 보여줄 전문성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화'로 일상을 바꾸고, 나아가 이곳 전체를 '문화도시'로 가꾸고 있는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 그 역량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최근 이곳의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우연히 역량 많은 주민들도 함께 모이게 된 걸까요? 아니면, 특별히 그런 분들만 따로 모셔오기라도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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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생활문화동호회 프로젝트 결과 발표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달성문화재단 제공>

◆사람을 키우는 문화도시의 연결고리

사실 달성군은 이전부터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훨씬 전부터 말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 이곳, 바로 '달성문화재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설립된 '달성문화재단'은, 쉽게 말해 달성군 주민 전체의 문화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달성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달성 100대 피아노'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부터 매년 펼쳐지는 각종 공연과 전시 그리고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달성군의 거의 모든 문화예술 활동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현재 달성군의 문화도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달성문화도시센터' 역시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죠.

그러니까 문화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를 담당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문화플랫폼'이라는 재단의 미션만 살펴봐도, 이곳이 '문화도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연결고리를 맡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연결고리가 '사람', 즉 달성군의 주민들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곧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과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달성문화재단은 이곳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자원을 주민들이 문화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늘 새로운 기획을 선보여 왔죠. 여기에 이곳 주민들의 생활문화동호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예술자치구역' 사업이나, 이들이 자유롭게 연습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하빈 행복생활문화센터'처럼 주민들이 좀 더 직접적이고 주도적인 문화 활동을 이어나갈 방법을 고민해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현재는 '달성문화도시센터'를 통해 본격적인 형태의 주민 주도형 사업들까지 선보이면서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중입니다.

◆주민들이 만들어낼 앞으로의 작품

"그들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게 바로 재단이 앞으로도 계속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죠."

달성문화재단 박병구 대표이사는 그런 면에서 이들의 역량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르겠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주민들의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단이 이어온 다양한 노력들, 더불어 모두가 함께 '문화도시'를 만들어나간 경험들이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죠.

지금 달성문화도시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변화는 그래서 더욱 남 다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역량이 과연 앞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건 모두가 모여 공간을 꾸미고 운영하면서, 또 곳곳마다 자신들의 지역에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고 마련하면서, 우리에게 이미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죠. 이렇게 작고 소박하지만,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통해서 이들이 바꿔나간 것. 그건 그 속에서 어느덧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 있는, 그렇게 어느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버린 우리의 '일상'이 아닐까요.

글=이선욱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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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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