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정치권의 할루시네이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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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3  |  수정 2024-06-13 07:04  |  발행일 2024-06-13 제22면
젠슨 황 "AI 최대 과제 환각"
국힘 채상병 특검법 부결
민주 당헌·당규 개정 사당화
여야 오답 노트 쓰는 중
권익위는 '허무 개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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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논설위원

생성형 AI(인공지능) 대중화는 '엔비디아 신세계'를 열었다. 엔비디아는 AI 전용칩 글로벌 시장의 80%를 석권하는 AI 시대의 기린아다. 주가 상승도 거침이 없다. 올해 2월 시가총액 2조달러를 넘어선 지 4개월 만에 3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을 따돌렸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시총 2위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재산은 3년 새 30배 늘어났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경제인 젠슨 황이 "AI의 최대 과제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얼마 전 챗GPT에 "우리 동네 스테이크 전문점을 알려 달라"고 물었더니 1초 만에 세 곳의 상호, 위치, 메뉴 등이 화면에 떴다. 확인해 봤더니 두 곳은 실제론 없었고 그중 한 곳은 수도권에만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허위생성 정보로 천연덕스럽게 인기 메뉴까지 언급한 것이다. 구글의 새 검색 엔진 'AI 오버뷰'는 "미국에 몇 명의 무슬림 대통령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한 명의 무슬림 대통령이 있었다"고 답했다. 오답이다. 젠슨 황이 지적한 환각 현상이다.

AI보다 더 심각한 게 정치권의 환각이다. 민심엔 귀를 닫고 아집과 몽니만 드세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도 태평연월이다. 의원 연찬회에선 술잔을 돌리며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큰 박수 속에 윤석열 대통령의 어퍼컷 세리머니도 펼쳐졌다고 한다. 지난달 하순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선인 만찬은 더했다. 일부 당선인이 "각하"라거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조아렸다니 말문이 막힌다.

여당은 보수층에서도 찬성 여론이 더 높은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부결해 놓곤 무슨 큰일이라도 해낸 듯 고무됐다. 이준석 의원은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인용했다. "그렇게 갈취당하고 얻어맞으면서도 엄석대의 질서 속에 살겠다고 선언한 학생들"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무작정 종결 처리는 차라리 '허무 개그'에 가깝다. 이 정도면 환각이 아니라 인지기능 마비다.

민심과 괴리된 언행이 야당이라고 다르랴. 민주당 최고위는 대선 1년 전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자동정지 조항을 삭제하며,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당원 투표 20% 반영을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나같이 이재명 사당화나 팬덤 정치의 후과가 우려되는 퇴행적 조치다. 당내 민주화와 혁신 기반을 허무는 무리수다. '7인회' 멤버인 핵심 친명 김영진 의원조차 "설탕만 먹다가 이빨이 다 썩을 수도 있다"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또 민주당 의원 10명은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향이 틀렸다. 정정·반론 보도를 원 보도와 같은 지면·분량으로 한다는 내용부터 황당하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독소 조항이 가득하다. 권력자나 재벌의 '보복성 소송'에 대한 견제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유독 언론에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해 비례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급선무는 언론중재법 개정이 아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등 언론개혁으로 좌표를 설정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은 절박감과 성찰이 없고 민주당은 총선 표심을 배반하며 독선에 매몰돼 간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오답 노트를 쓴다. '착각은 커트라인이 없다'지만 착각이나 환각도 지나치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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