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3] 문화도시가 역사를 읽는 법

  • 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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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8  |  수정 2024-06-18 08:22  |  발행일 2024-06-18 제20면
체계적 정리 위 대중화…역사자원에 새로운 숨결 불어넣다
도동서원은 조선 초기 대표적인 유학자인 한훤당 김굉필을 기리고자 세워졌다.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고 그 명맥을 이어간 곳 중 하나다. 도동(道東)이라는 이름은 '도가 동쪽으로 왔다'라는 뜻의, 당시 김굉필의 명망을 상징한다.
우리가 역사를 살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할 겁니다. 누군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또 누군가는 현재의 해답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실은 그런 이유보다도 역사를 살펴본다는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역사는 그것을 살펴볼 이유를 제공하기 마련이니까요. 어떤 모습이든 간에 우리의 삶을 펼쳐지게 만드는 도시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그것을 '어떻게' 살펴보느냐가 아닐까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펼쳐나갈지를 고민하듯,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살펴볼지가 실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거죠. 어떻게 살펴볼 것인가? 어쩌면 우리가 역사를 살펴보는 진짜 이유도 거기서부터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문화도시가 역사를 살펴보는 방식도 예외는 아닙니다. 도시에 역사가 중요한 이유야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이유는 깊은 진정성을 띠기도, 혹은 생각보다 허술한 목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방식이 곧 태도인 셈이죠. 공교롭게도 그런 면에서 '달성문화도시'가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은 어딘가 조금 남다른 이유를 선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남다름은 과연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일까요?

2015년부터 총서 발간…달성 역사·문화 집대성
체험·공연·교육 프로그램화 등 활용 노력 지속
누구나 쉽게 읽고 즐기는 '역사 寶庫'로 거듭나

◆도시에 자리한 역사적인 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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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육신사의 비밀' 공연(위)과 도동서원에서 진행된 교육 프로그램 장면.
사실 대구에서 달성군만큼 역사와 유적이 풍부한 지역도 흔치 않습니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구상한 곳으로 알려진 비슬산 일대를 비롯해 곳곳마다 유서 깊은 사찰과 서원, 고택들이 자리해 있죠.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유적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곳'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5대 서원으로 불리는 곳,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곳, 바로 '도동서원'입니다.

'서원' 하면 사실 유교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래서 어딘가 좀 딱딱하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작은 언덕 위에 위치한 이곳은 커다란 은행나무와 함께 낙동강을 굽어보는 형태를 통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풍경을 자랑하고 있죠. 특히 조선 중기 우리나라 서원이 갖춰야 할 미학을 가장 잘 구현한 건축물로도 평가받습니다. 여기에 서원을 둘러싼 '담장'까지도 별도의 국가보물로 지정될 만큼, 이곳은 보이는 외형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물론 그 속에 자리한 역사적 가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선 초기 대표적인 유학자인 한훤당 김굉필을 기리고자 세워진 이곳은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고 그 명맥을 이어간 곳 중 하나입니다. 도동(道東)이라는 이름은 '도가 동쪽으로 왔다'라는 뜻의, 당시 김굉필의 명망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죠. 여기에 이곳의 건립을 주도한 인물인 한강 정구는 김굉필의 외증손자인 동시에, 이황과 조식이라는 당대 대표 유학자들의 수제자로 뛰어난 평가를 받는 유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현재 김굉필과 정구, 두 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요. 이러한 면모만 보더라도 이곳이 당시 조선과 영남 일대에서 어떤 위상을 지닌 '서원'이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과거에 머물지 않게 하는 법

그런데 이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도동서원'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지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역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이 때문에 실제로 달성문화재단은 2013년 '도동서원제'를 시작으로, 이후 10년 동안 매년 이곳을 알리는 상설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문화체험을 넘어, 어린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려는 취지였죠. 이렇게 1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을까요?

물론 이러한 노력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한강 정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한강유람단', 다사·하빈 지역의 주민들이 인근의 유적들을 직접 둘러보는 '다사로운 마을 속 문화 산책길' 같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기도 했죠. 무엇보다 이러한 활동은 우리가 역사를 살펴보는 데 있어 중요한 지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건 제아무리 풍부한 역사일지라도 이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과거'라는 시간 속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사실 역사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달성문화도시'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문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또 풍부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보다 문화적인 형태로 역사를 활용하는 법 또한 고민해왔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훤당 김굉필의 삶을 조명한 연극 '소학동자 김굉필'에서부터 사육신의 충정을 기리는 육신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육신사의 비밀', 또 녹동서원의 주인공인 김충선을 활용한 뮤지컬 '모하당 김충선-그가 꿈꾸는 세상' 등 대중적인 창작 공연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방식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방식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유달리 풍부한 이곳의 역사만큼이나 앞으로 이처럼 연극이나 뮤지컬로 재탄생할 역사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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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로운 마을 속 문화 산책길' 행사에 참가한 주민들이 하목정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달성문화재단 제공)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이곳의 역사

이렇게만 보면 참 간단하지 않나요? 역사적 자원만 풍부하다면 이렇게 지속적으로 역사를 조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조명하고 활용할 역사, 그 속에 담긴 역사적 가치는 대체 누가 알려준 것일까요? 당장 눈앞에 유적만 있으면, 그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나 가치들을 저절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사실 '달성문화도시'가 이곳의 역사와 유적을 지금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 데는 한 가지 더 중요한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그 노력은 이곳을 '문화도시'로 바꿀 수 있었던 중요한 바탕이 되기도 했죠. 그건 바로 달성군의 역사적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부터 발간해 온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이라는 총서입니다. 총서는 흔히 '시리즈'로 이어지는 도서를 일컫는 말인데요. 달성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이 총서는 앞서 언급한 도동서원을 비롯해 이곳에 있는 여러 유적은 물론 일연, 김굉필, 곽재우, 김충선 등의 역사적 인물들 그리고 유교, 불교 등의 전통적인 문화 풍습뿐만 아니라 자연, 예술, 생활사 등 이곳에 얽혀있는 다양한 역사를 각각의 책으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만든 시리즈입니다.

현재까지 총 37권이 발간된 이 총서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지역의 역사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들은 많지만, 이처럼 다양하고 꾸준하게 정리된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이곳의 역사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총서의 의미는 충분히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역사를 특별한 역사로

3-4.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 총서
2015년부터 달성문화재단에서 발간해온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 총서. 〈달성문화재단 제공〉
이처럼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활용을 이어가는 '달성문화도시'의 방식. 생각해 보면 그건 딱히 특별한 방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살펴보는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아주 평범한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죠. 이에 대해 그동안 이곳의 각종 문화 사업을 총괄해 온 달성문화재단 김성수 문화정책실장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문화도시는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만드는 도시입니다. 그렇다면 달성문화도시의 특성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요? 그건 역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치 주민이 없는 도시가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죠."

역사를 살펴보는 '달성문화도시'의 평범한 방식은 사실 평범한 방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당연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생각해 보면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당연함'을 원래부터 있었던, 그냥 평범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역에는 '당연히' 역사가 있고, 도시에는 '당연히' 주민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달성문화도시가 역사를 살펴보는 방식은 이 당연함을 당연하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그게 얼마나 꾸준하고 끊임없어야 하는지도 말이죠. 그리고 그건 오늘날 우리가 평범하게 여겨온 '역사'가, '도시'가, 또 그 속에 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당연한 것들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것. 역사를 살펴보는 이곳의 방식이 남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죠.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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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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