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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부종합시장은 형산강 수변친수 레저파크와 포항스틸야드, Park1538도 가까워 연계 여행에 좋다. |
처음이지만 익숙하다. 다 아는 냄새, 다 아는 맛, 다 아는 풍경이지만 모든 감각이 새롭게 예민해진다. 시장이다. 일 없이 갔다가 먹고 사고, 먹으러 갔다가 세상을 본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은 그 지역의 역사와 궤적을 함께하고, 한 동네를 끌어안은 시장은 그 동네의 오늘을 표상한다. 일 없이 갔다가 혹은 먹으러 갔다가 때때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숨길 일도 아니지.
◆칼국수 노포 맛집 즐비한 상도동 남부종합시장
커다란 도마 위에서 커다란 밀가루 반죽이 길고 긴 밀대에 밀려 사정없이 얇게 점점 더더 커진다. 그리고는 착착 접히고 도닥도닥 썰려 멸치 냄새 확 풍기는 솥에 사르르 담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포항 남구 상도동의 '남부종합시장' 한가운데 오랜 시간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칼국숫집이 자리한다. 30년이 훌쩍 넘는 전통이란다. 배낭을 멘 청년이 국수 그릇에 코를 박고 앉았고 슬리퍼를 신은 처녀가 칼국수 한 덩이를 사들고는 채소가게를 기웃대다 총총 떠난다. 남부종합시장은 1987년 개설된 2층 규모의 상가건물형 시장이다. 시장에는 각종 먹거리를 비롯해 채소류, 생선류, 육류, 의류, 생활용품 등을 파는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시장 배후에 빌라, 타운, 맨션, 아파트 등의 이름과 주택들이 빼곡하고 초등학교와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병원, 은행 등이 산재해 있는 큰 동네, 큰 시장이다.
포항 상공회의소를 지나는 도로를 상공로라 한다. 상공업의 발전을 염원하며 지은 이름이다. 상공회의소 앞 사거리가 남부시장사거리고, 남부종합시장을 중심으로 각종 상점들이 넘친다. 남부종합시장의 상가건물은 크지 않지만, 주변으로 확장된 상권은 시장을 꽤 규모 있게 만든다. 주변에 포진해 있는 옛날국수, 철이네칼국수, 이정옥칼국수, 소문난 돼지국밥, 포장만 가능한 수제손만두옛날찐빵 등은 남부시장 노포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서희헤어는 머리 잘하는 남부시장 미용실로 유명하고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이 운영하는 황일식 제과점은 빵집 투어의 필수 코스다. 남부종합시장은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고 고속버스터미널과는 도보 20분 거리에 자리한다. 남부시장사거리에서 남쪽으로 가면 야구장이 있는 포항남구청과 뱃머리마을문화숲이 지척이고 섬안큰다리를 건너면 철강산업단지 1단지와 연결된다. 공대 IC와도 가깝고 형산강 수변친수 레저파크와 포항스틸야드, Park1538도 가까워 연계 여행에 좋다.
1987년 개설된 남부종합시장
칼국숫집 등 곳곳에 노포 맛집
대해불빛시장, 2021년 새단장
포항불빛축제 관광객 많이 찾아
오일장 함께 열리는 오천시장
장날이면 도로따라 좌판 빼곡
죽도시장, 포항의 첫 새벽 열어
점포 수 2500개 '동해안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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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불빛시장은 2020년 전국전통시장 우수시장 선정 및 단체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해도동에서 보이는 포항불빛축제의 풍경을 담은 이미지 간판이 걸려 있다. 실제로 포항불빛축제를 즐기러 온 많은 관광객들이 대해불빛시장을 찾는다. |
◆포항불빛축제 즐기는 해도동 대해불빛시장
상도동의 동쪽 해도동에는 포항에서 제법 큰 전통시장 중 하나인 대해불빛시장이 있다. 1981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2019년까지 대해종합시장으로 불리다가 2020년에 대해불빛시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높은 아케이드 아래 깨끗한 시장통이 시원하게 뻗어 있고 각종 먹거리와 채소 과일류, 생선과 건어물류, 육류, 의류, 생활용품은 물론 도배 장판을 하는 곳과 열쇠집, 미용실, 꽃집, 금은방, 옷가게, 화장품 가게, 세탁소, 이불집, 마트, 그릇 가게, 이야기치료 심리상담연구소까지 100여 개가 넘는 상점이 들어서 있다. 동네 시장으로는 큰 편이어서 없는 품목을 찾기 힘들다.
대해불빛시장은 2020년 전국전통시장 우수시장 선정 및 단체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결제 편의, 고객 신뢰, 위생과 청결, 상인조직 강화 및 상인 교육, 안전관리 등 5대 혁신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증표였다.
2021년에는 방치된 폐상가와 노후된 시설 등을 재정비했다. 팔 걷고 나선 이들은 포항제철소의 강철 사나이들이다. 해도동과 자매 부서인 제선부, 설비 관련 노하우가 풍부한 설비기술부 그리고 포항제철소 재능봉사단 등이 동참했다고 한다. 임시로 설치돼 있던 바람막이 문은 철제문으로 교체했고 쓰레기가 방치됐던 골목 입구에는 스테인리스 아치형 터널 아래 화분이 조르르 놓여 있다. 폐상가는 고객 쉼터가 되었고 전선이 노출됐던 벽에는 해도동에서 보이는 포항 불빛축제의 풍경을 담은 이미지 간판을 걸었다. 실제로 포항불빛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 대해불빛시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옥이이모 분식과 두꺼비분식은 꼭 먹어봐야 하는 가게로 유명하고 동해물횟집은 포항 맛집으로 손꼽힌다. 이름난 노포인 제일식당은 마늘향이 가득한 돼지국밥으로 유명하다. 시장 내에 대해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포항 송도해수욕장과 영일만 관광유람선 선착장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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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가지 즐거움이 있다는 오천시장 주변에는 일월문화공원이 자리한다. 도구해수욕장도 가깝고 구룡포나 장기와의 연계성도 좋다. |
◆오천가지 즐거움이 가득한 오천시장
자글자글한 기름내가 진동한다. 말간 기름 속에서 도넛이 뒤척이고 있다. 뻥이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흰 연기와 함께 퍼지는 튀밥의 구수한 향은 감춰지지 않는다. 오오, 냄새의 왕은 오징어다. 굽든 찌든 오징어 냄새는 참을 수 없다. 즉석에서 손질해 주는 멍게는 돌기를 잘라내자마자 입속으로 곧장 직진이다. 질겅질겅, 몸속으로 퍼지는 독보적인 바다와 함께 장터를 누빈다.
경북 포항의 오천시장. 현대식 점포를 갖춘 상설 시장이자 5일과 10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이다. 장날이면 읍내 도로를 따라 빼곡하게 좌판이 펼쳐진다. '오천가지 즐거움 오천시장' 간판을 내건 상가건물에는 과일, 건어물, 부식, 커피와 생과일 카페, 야채핫도그, 보양원, 분식, 방앗간, 어시장, 양말집, 신발가게, 아동복가게, 손뜨개 집, 소품숍, 각종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없는 게 없다. 정말 오천가지 즐거움이 있는 오천시장이다. 생선, 건어물, 과일, 채소, 잡곡, 의류, 신발, 철물, 잡화, 닭, 오리, 개 등의 가축, 모종, 반찬 등 각종 품목의 난전이 펼쳐지고 도넛, 옛날통닭, 족발, 튀김, 어묵, 호떡, 순대, 찐빵, 국화빵, 옛날과자 등 다양한 먹거리가 넘친다. 대를 이어 시장을 지켜온 토박이 상인들도 있고, 수십 년간 장날이면 찾아온 장꾼들도 있고, 일생을 시장과 함께해 온 주민들이 있다. 즉석 도넛과 수제 꽈배기는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한참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가마솥에서 통째로 튀겨낸 옛날통닭은 노릇노릇 황금 닭이다. 야채핫도그는 선택이 아닌 필수 먹거리로 통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40년 전통 할매손칼국수, 부성손칼국수 꽁보리밥, 시장 한정식, 검은콩국수 맛집 수연면가 등 이름 난 노포가 많다. 60년 전통의 추어탕 집은 대를 이어 변함없는 손맛으로 단골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오천시장은 1930년대부터 오천, 장기, 동해 지역 주민들이 왕래하며 생겨났다고 한다. 1954년경에 영일군 지정 공설시장이 되었고 포항제철이 설립된 후 더욱 성장해 대형 재래시장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문덕, 원동지구 신도시 주민들의 증가와 함께 시장은 더욱 커져 지역 오일장 중 손꼽히는 규모다. 오천시장은 2년 전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보았다. 재난은 시장이 변하는 계기가 됐고 지금은 카드와 각종 페이 사용이 자연스럽다. 올해는 아케이드 신설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더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천시장은 남포항 IC에서 10분, 포항터미널에서 15분 거리이며 전용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주변에는 일월문화공원이 자리한다. 도구해수욕장도 가깝고 구룡포나 장기와의 연계성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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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포항을 찾는 관광객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광명소다. 포항의 첫 새벽을 깨우는 곳도 죽도 어시장이다. |
◆일 없이도 가는 곳, 죽도시장
죽도시장을 빼놓으면 곤란하다.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고 포항을 찾는 관광객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광명소다. 포항의 첫 새벽을 깨우는 곳도 죽도 어시장이다. 온 세상이 깊이 잠들어 있을 새벽 4시30분께 죽도 어시장은 대낮처럼 환하게 불빛을 밝힌다. 땡그랑 땡그랑 경매 시간을 알리는 경매사의 종소리와 함께 경매인들의 전투가 시작되고, 찰나의 순간에 기쁨과 아쉬움의 승패가 교차한다. 경매가 끝난 위판장은 이제 좌판의 차지가 된다. 포항 연근해는 물론 전국 각지의 해산물이 착착 진열된다. 이름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바다 것들이 지천이다.
죽도시장은 죽도어시장과 죽도시장, 죽도농산물시장 등 세 곳이 합쳐진 곳이다. 시장 면적이 약 15만㎢에 이르고 점포 수는 2천500개 정도 된다. 모두 25개 구역이 횟집 골목, 건어물 아케이드, 식품 아케이드, 식자재 거리, 신선 닭, 젓갈 거리, 농산물 아케이드, 24시 대게 회거리, 먹자골목, 과메기 거리, 수제비 골목 등으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수산물에서부터 농산물, 청과물, 죽세공품, 한복, 수예, 이불, 주전부리 등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거의 모든 품목을 만날 수 있는 장터다. 사람들은 '여기에 없으면 아무 데도 없다'며 당연한 듯 으쓱한다. 여기에 없으면 아무 데도 없는 것들을 느긋한 걸음으로 슬렁슬렁 둘러본 후에 수제비 골목 좌판에 앉아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대끼며 뜨겁게 삼켜볼 일이다. 왁자한 횟집 골목의 한 귀퉁이에서 차가운 물회를 얼얼하게 삼켜 볼 일이다. 숱한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려 있고, 가슴 뜨거워지는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일 없이도 가는 곳이 죽도시장이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포항시
◆여행 정보
상도동 포항 버스터미널이 도보 5분 거리인 애플트리호텔은 한국 관광 품질인증을 받은 비즈니스호텔로 조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맨션6호텔과 호텔라테라스도 터미널 인근에 위치하며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해도동의 포항스테이호텔은 24시간 리셉션을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로 정갈한 한식 뷔페 조식과 라운지 바 등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죽도시장에 있는 동빈나루게스트하우스는 포항 운하를 달리는 배들이 보이며 매일 파티가 열린다. 죽도시장 정문 맞은편에 있는 이데아 호텔은 우수 숙박업소로 지정된 최고의 숙소다.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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