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3] 검마산자연휴양림

  • 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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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8  |  수정 2024-08-15 08:00  |  발행일 2024-07-18 제17면
빛줄기마저 청량한 금강송 美林, 사람도 댕댕이도 '힐링캠프'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3] 검마산자연휴양림
영양 검마산자연휴양림은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산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골짜기를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데크, 취사장, 물놀이장, 샤워장 등도 갖추고 있다.

창밖으로 수비면소재지의 풍경이 필름 스트립처럼 지나간다. 아련한 여운이 길게 드리워지는 88번 국도, 신원2리 도로 표지판과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 2.2㎞ 타워 간판을 발견하고서야 여운을 떨어내고 허리를 세운다. 좁은 마을 길을 관통해 구불구불 천천히 오른다. 신원2리는 절골, 한자로 사곡이다. 옛날 검마산 골짜기에 절이 창건되면서 형성된 마을이라 절골이라 부른다. 썩 넉넉한 밭들을 지나 마지막 외딴집을 멀리 스치면 금강소나무들의 숲이 시작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검마산자연휴양림의 무구한 입구가 보인다. 스르르 다가가자 입구 차단봉 센서에 다정한 문구가 뜬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검마산자연휴양림

깊은 숨을 함빡 들이켜며 팔다리를 쭉 뻗는다. 공기가 달다.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의 골짜기다. 빛은 활엽과 침엽의 바람길에 고여 눈 닿는 자리마다 청량함뿐이다. 검마산(劍磨山)은 태백산 지맥이 동쪽으로 내려와 백암산으로 뻗어가는 가운데에 솟아 있다. 산세가 가파르고 꼭대기에는 바위만 있는데 정상부의 석골(石骨)이 마치 칼을 빼든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검마산으로 불린다. 그래서 산세가 뾰족할 것 같지만 생김새는 펑퍼짐하다. 지모신(地母神)을 의미하는 '검'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데 그럴듯하다. 자연휴양림은 검마산 북서쪽 계곡을 따라 펼쳐져 있다. 구역면적 7천866만㎡, 1997년에 문을 열었으며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 검마산 남쪽에는 죽파리 자작나무 숲이 있다. 신원리의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죽파리의 자작나무숲은 직선거리 2㎞로 가깝지만 임도를 따르면 10㎞가 넘는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을 찾아온 이들을 통해 죽파리 자작나무 숲이 숨은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다.


반려견 함께하는 휴양림으로 명성
전용 놀이터·동반 숙소·데크 갖춰

아이들 재미 더해줄 숲속 도서관
목공예 체험·트레킹 코스도 운영
어둠 내린 밤 계곡은 반딧불이 장관



맑고 차가운 계류가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취사장, 물놀이장, 샤워장, 숲속 도서관, 목공예체험교실 등이 오밀조밀 자리하고 산림욕장과 산책로, 등산로 등이 넓은 구역에 걸쳐 조성되어 있다. 특히 검마산자연휴양림은 반려견 동반 휴양림으로 이름 높다. 반려견 동반 숙소와 야영데크가 있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 그네를 타고 해먹을 즐기는 숲 놀이터도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다정한 공간들에 견주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산책과 숲속 명상을 통해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높이고 신뢰를 다지는 '댕댕이와 함께 떠나는 숲속 여행', 견주와 반려견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오늘, 나 반려견의 반려인이 되다' 등의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3] 검마산자연휴양림
검마산자연휴양림 숲속도서관 전경.

◆반딧불이의 계곡, 책 읽는 숲

관리소 옆 깨끗한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 곁에 제1 야영장이 있다. 모든 데크가 계곡을 끼고 있어 물소리 들으며 '계곡 멍'을 즐기기 그만이다. 데크 간격도 넓다. 어둠이 내리고 사람들이 꿈나라에 빠져들면 계곡은 반짝반짝 반딧불이의 세상이 된다. 절박하면서도 따뜻한 반딧불이의 불빛은 먼 미래나 태고의 빛처럼 비현실적이다. 근처에는 숲속 도서관과 목공예 체험 교실이 있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이 4천권이나 있다. 누군가 "3일 캠핑 내내 딸내미를 집어삼킨 도서관"이라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서가 한가운데 가지를 펼치고 선 자작나무 한 그루가 공간을 꿈처럼 만든다.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이 보인다. 2층 건물에 4인 객실이 16개 있다. 입구를 중심으로 왼쪽은 일반실, 오른쪽은 반려동물 동반실이다. 객실 이름이 예쁘다. 1층은 나무이름과 곤충이름, 2층은 별자리다. 은하수, 오로라, 주피터, 오리온,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베가, 귀뚜라미,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고추잠자리, 주목,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영양다운 이름이다. 복도는 1970년대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객실 문을 열면 리모델링되어 산뜻한 방과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침구류에 씩 웃게 된다. 에어컨과 테이블, 접시와 컵 등의 각종 주방 물품과 냉장고, 정수기 등이 갖춰져 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도 있는데 세면도구와 수건은 개인 지참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숲으로 꽉 찬 창이다. 산림문화휴양관 맞은편에 제2 야영장이 있다. 이곳은 반려동물 동반 캠핑장으로 반려견 놀이터와 연접해 있다. 독립적인 데크, 계곡과 가까운 데크, 그늘이 좋은 데크 등 저마다 명당이다. 214번 데크에 버찌가 가득하다. 그늘을 드리우는 저 나무가 벚나무인가 보다. 다람쥐 한 마리가 버찌를 먹는 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3] 검마산자연휴양림
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사시사철 흐른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의 자랑, 금강소나무 숲

제2 야영장을 지나 오르는 동안 곧게 뻗은 붉은 몸의 금강소나무들이 점점 무리 지어 다가온다. 그리고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우리 앞에 선다. 금강소나무의 숲, 산림욕장이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치솟은 솔은 한겨울의 거친 눈보라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을 정도로 크고 튼튼한 아름드리다. 금강소나무의 나이는 적게는 40살, 많게는 100살에 이른다고 한다. 금강소나무가 이렇게 멋있는 곳은 흔치 않다. 특히 휴양림 내의 송림은 '미림(美林)'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금강소나무 숲은 검마산자연휴양림의 자랑이다. 이 숲에 반려견 숲 놀이터가 있다. 자작나무 그네와 자작나무 가마, 해먹, 자작나무로 만든 액자형 포토스폿 등이 그림 같은 숲을 동화로 만든다.

산림욕장 위쪽에 검마사 절터가 있다. 절골의 기원이 되는 절이다. 조선 중기 이전에 경파당 스님과 신계단 스님이 창건 및 중흥한 것으로 추정된다. 꽤 번창했다는 절은 19세기 말 폐사의 길을 걸었고 스님이 떠난 자리는 절골 사람들이 작은 제당을 쌓아 지켰다고 한다. 지금은 오래된 부도와 최근에 세운 두 칸 법당이 그 자리를 지킨다. 대단히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터다. 조선 중기의 선비 문월당 오극성은 사찰을 방문한 뒤 '검마산에서 노닐며'라는 시를 읊었다. "티끌세상을 벗어나 도방을 찾으니/ 마치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른 듯한데/ 우거진 고목에 그윽한 꽃이 피니/ 걸음마다 가벼운 노을이 좁은 길에 펼쳐지는구나./ 구름이 짙게 낀 곳에는 검은 표범이 숨고/ 높이 솟은 봉우리에는 푸른 새가 나는데/ 평생토록 부질없이 구름 낀 산을 동경하여/ 다시 가을바람을 기다리니 하늘이 서늘하구나." 옛사람의 정취와 오늘의 정취가 다르지 않다.

◆자작나무 숲으로의 산책

검마산자연휴양림의 산책로는 여럿이다. 입구에서 산림욕장까지 이어지는 숲 해설 코스가 있고 산림욕장에서 약수터를 거쳐 내려오는 숲 탐방로와 검마산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도 있다. 어느 길이든 검마산자연휴양림이 자랑하는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휴양림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산악자전거로 죽파리 자작나무 숲까지 왕복하는 대단한 사람들도 있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까지의 트레킹은 다소 무리지만 조금 긴 산책을 나선다면 자작나무와 금강소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제2 야영장 위 갈림길에서 검마사 터 방향이 아닌 위쪽 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임도를 20분쯤 가면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산허리에 자작나무가 가득하고 능선 정상부에는 키 큰 금강소나무가 자란다. 두 나무가 각자의 숲을 이루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낯설고도 감동적이다. 이곳의 자작나무 숲은 죽파리 자작나무 숲과 마찬가지로 1993~1997년에 조림한 것이라 한다.

휴양림으로 돌아갈 때는 왔던 길을 되짚어갈 수도 있고 임도를 따라 갈미봉 아래를 크게 돌아 검마사 터를 거쳐 갈 수도 있다. 계절이 허락한다면 수많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긴 길이 좋겠다.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에서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새어든 빛이 만들어 낸 야생화의 천국을 만날 수 있다. 검마산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청색 노루귀가 특히 많고 현호색, 족두리풀, 앵초, 처녀치마 등 엄청나게 다양한 야생화들이 살고 있다. 계절마다 아름다워지는 나무들과 곧게 뻗은 붉은 몸의 소나무, 그리고 야생화들로 몸서리나게 수다한 산. 검마산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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